한나라당 '3월 파경설' 모락모락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경선 방식·시기 결정... '이명박 X파일' 당에 넘기는 시점도 겹쳐

등록 2007.02.13 10:01수정 2007.07.0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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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시당 당사이전식 및 신년인사회에서 나란히 서서 참석자들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시당 당사이전식 및 신년인사회에서 나란히 서서 참석자들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3월이 기점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3월을 예고하는 말들이 한나라당 안에서 흘러나온다.

원희룡 의원이 말했다. "후보들이 경선 참여 여부를 두고 분열하는 계기가 빠르면 3월에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예측한 걸까? 사정이 있다. 한나라당은 3월 초까지 경선 방식과 시기, 그리고 검증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경선 방식과 시기다. 양측이 타협을 보지 못하면 당이 나서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이 조화가 아니라 배척으로 나타난다면 어느 한쪽이 반발할 것은 자명하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주목할 게 따로 있다. 경선 방식과 시기 외에 검증 방법도 3월 초에 결정한다고 한다. 이게 뇌관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 특보인 정인봉 변호사가 어제 기자회견을 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도덕성과 재산형성과정 등에 대한 내용이 서너 가지 있지만 당 지도부와 박근혜 전 대표가 만류하니까 공개하지 않고 3월 10일쯤에 당 경선준비기구에 넘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서를 달았다. 당이 검증을 못할 경우 3월 말 이후에 자신이 직접 공개하겠다고 했다.

시점이 맞아떨어진다. 당이 검증 방법을 결정하는 시점과 정인봉 변호사가 이명박 전 시장 관련 의혹을 당에 넘기는 시점이 거의 일치한다.


뇌관이라고 보는 이유가 이것이다. 적어도 정인봉 변호사 개인, 나아가 박근혜 캠프 쪽에서는 당이 정할 검증 방법을 이미 확보한 이명박 전 시장 관련 의혹 내용에 맞춰 평가할 것이다. 검증 방법이 자신들이 확보한 의혹 내용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잴 것이다.

당으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 검증을 위해 조사에 나선다 하더라도 어차피 수사권은 발동할 수 없다. 게다가 경선 참여를 선언한 각 후보 대리인이 두루 참여하는 경선준비기구다. 절충형 조사 방법을 택할 공산이 크다.


정인봉 변호사나 박근혜 캠프에서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당 경선기구의 후보 검증 딜레마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특보를 맡고 있는 정인봉 변호사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검증 기자회견은 일단 연기`하지만, 자신이 공개할 경우 `이 전시장이 반성해야할 만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특보를 맡고 있는 정인봉 변호사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검증 기자회견은 일단 연기`하지만, 자신이 공개할 경우 `이 전시장이 반성해야할 만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최고위원이 말했다. "당 지도부가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전 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최고위원이 "검증 문제가 당내 싸움이나 혼란으로 비친다면 당이 적절하게 통제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무슨 뜻인가? 넓게 해석하자면 검증 논란에 당 지도부는 나서지 말라는 경고다.

엇갈린다. '중립'과 '엄정'이 교차한다. 당 경선준비기구가 정할 검증 방법은 '엄정'해야 하고, 검증에 대해서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당 경선준비기구는 검증 방법을 중립적으로 모색할 수밖에 없고, 당 지도부는 분열을 막기 위해 검증 논란에 엄정하게 대해야 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동아일보>가 훈수를 뒀다. 묘수는 속도전이다. "(당 경선준비기구가)중심이 돼 하루빨리 후보 검증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필요하다면 3월 초로 예정된 경선 방식과 시기 및 검증 방법의 결정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뭘 우려하는지는 분명하다. 시간을 끌수록 '일탈'과 '자해'가 횡행할 수 있다. 어차피 거쳐야 할 관문이라면 최대한 빠르게 통과해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게 낫다.

하지만 희망사항이다.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차원이 전혀 다른 얘기다. 후보간 견제구도가 지나칠 정도로 팽배해진 게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무엇 하나 쉽게 결정 내릴 수 없는 형편에 몰려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측면이 더 큰 것이다.
#김종배 #3월파경 #한나라 #정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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