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남소연
청와대가 또 다시 안다리 걸기에 걸렸다. 경제교과서 모형의 제작·배포에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한다.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 보도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과 공동으로 개발한 경제교과서 모형에 자신들의 이름을 넣으려 했다가 돌연 빼기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근거는 딱 한 가지. 교육부가 경제교과서 모형 저자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빼기로 결정한 시점이 지난 13일인데, 그 직전 교육부 관계자가 청와대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청와대의 분위기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조선>)고 한다.
청와대와 교육부는 부인한다. 경제교과서를 만든 배경을 설명하러 간 것일 뿐 저자 명의에서 교육부 이름을 뺀 건 전적으로 교육부의 자체 판단이라고 한다.
'전경련 교과서'에 들어간 혈세 5천만원
조·중·동의 '추측'이 정확한지, 청와대와 교육부의 해명이 정당한지를 잴 이유는 없다. 쉽게 확인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 아니다. 논점이 일탈됐기 때문이다.
핵심 논점은 그게 아니다. 교육부가 특정 이익단체인 전경련과 손잡고 교과서 모형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 근본문제다.
<경향신문>이 지적했다. "교과서 모형 개발이 검·인정 교과서 제도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점"을 비판했다. "출판사나 단체가 교과서를 만든 뒤 교육부의 검·인정을 받아야 하지만 이 교과서 모형은 교육부가 발간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사실상 '국정교과서'의 지위를 갖게 된 것"이 문제라면서, 교육부가 저자 명의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빼기로 결정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교육부는 특정 이익단체의 입장이 스며든 교과서 모형을 개발하는 데 국민 세금 5000만원을 지원했다. 나아가 그 교과서 모형 저자에 '교육부' 이름 석 자를 올림으로써 교과서 모형의 권위를 살려주려 했다. 편향도 이런 편향이 없다.
욕을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청와대가 개입을 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청와대가 개입을 하지 않아 문제가 더 커진 측면이 있다.
교육부가 전경련과 손을 잡은 시점은 지난해 2월. 김진표 당시 교육부총리가 강신호 전경련 회장과 협약을 맺었다. "교육부는 경제교육과정 개발 및 교과서 편찬, 수정·보완 과정에 경제단체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에 앞서 요구가 있었다. 2005년 10월 재정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 등이 전경련과 함께 "현행 교과서에서 나타나는 반시장적 시각 등 442가지를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돌이켜보면 경제교과서 모형 파문의 책임 주체는 정부다. 재경부가 대본을 쓰고 교육부가 주연을 맡았다.
재경부 각본에 교육부 주연, 팔짱 낀 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