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모양의 악숨 고유 양식으로 만들어진 악숨 공항의 모습.김성호
랄리벨라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하룻밤 숙박비가 400비르(50달러)이상인 로하 랄리벨라 호텔을 들러서 두팀의 승객을 더 태운 뒤 공항으로 달렸다.
최고급 호텔인 로하 랄리벨라 호텔에서 탄 승객 중 한 팀은 유럽 여행객인데, 다른 팀은 에티오피아 여자 2명이다. 마침 내 옆자리에 앉아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 아디스아바바에서 온 여대생들이었다. 이들은 어제 곤다르에서 랄리벨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를 봤다며 반가워했다. 아시아 남자가 혼자서 배낭 메고 여행을 다녀 신기하게 생각했다는 것.
키가 181cm나 되는 늘씬한 엘샤데이라는 이름의 여대생은 3학년생으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키가 약간 작은 미스티에르라는 여대생은 역시 3학년으로 컴퓨터 의료공학을 전공한단다.
미스티에르는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 미네소타에서 4년, 캐나다에서 1년 등 모두 5년 동안 유학하고 돌아왔고, 엘샤데이는 두 달 후인 8월에 중미 코스타리카에 1년 동안 석사과정 유학을 간다고 한다. 외국유학을 갈 정도로 에티오피아에서 부잣집 딸인데도 이들 고대 유적지 여행은 처음이란다.
종교가 궁금해 물어보니 모두 에티오피아 정교회를 믿고 있었다. 그들은 "아디스아바바는 대부분 정교회를 믿고, 동부와 남부 등 농촌지역에서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모두 북쪽에 위치한 악숨 등 4대 고대 유적지 역시 모두 정교회가 국교였을 때 수도였기 때문에 여전히 정교회 신자들이 많은 것 같았다.
고유 건축양식으로 건립된 독특한 악숨 공항
@BRI@랄리벨라 공항에서 역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악숨에 도착하니 독특한 공항건물 자체가 악숨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공항 건물이 악숨의 고유 건축양식인 버섯모양의, 어떤 사람들은 포경한 남자 성기모양의 도안이라고 말하는, 장식 건물이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3개와 2개씩 달려 있었다.
우리는 악숨 유적지를 함께 구경하기로 하고 같은 호텔에 묵기로 했다. 어차피 악숨 유적지를 하루 만에 모두 보려면 차량을 대절해야 하는데, 우리 셋이서 하나의 차량을 대절하니 비용면에서도 서로 이득이다. 여대생들에게 셋이서 구경해 돈도 아끼고 많은 곳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맙다고 영어로 "땡큐"라고하자 미스티에르라는 여학생이 바로 "노, 아무생귀날로"라고 말한다.
암하릭어로 '감사하다'는 뜻이 바로 '아무생귀날로'다. 에티오피아에 여행왔으면 '아무생귀날로'는 반드시 알아야한다며 몇 번을 말하게 한다. 내가 몇 번의 서투름 끝에 거의 완벽하게 발음을 하자 그때서야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나는 이 여대생들과 함께 구경하는 동안 '아무생귀날로'를 수십 차례나 반복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내 입에서 술술 나올 정도가 되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최소한 '감사합니다'라는 기본적인 인사말은 현지어를 익히는 것이 좋다. 현지 언어에 대한 존중과 함께 친근감의 표시로 기본적인 인사말을 현지어로 말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오래전부터 유일하게 암하릭어라는 고유의 말과 문자를 갖고 있으며, 고유 문자가 있으니 기록으로 된 역사가 있는 등 언어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강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경우에는 자기 부족의 말은 있으되 문자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자신의 소리를 영어의 알파벳 문자를 빌려 발음기호를 적어나가는 방식이다. 옛날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기 전 우리 조상들이 중국 한자의 음과 새김을 빌려 우리말을 적던 표기법인 이두와 같다고 할 것이다.
케냐와 탄자니아, 우간다, 말라위, 모잠비크 등 동부아프리카에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도 아프리카어와 아랍어의 혼용어인데 표기는 영어의 알파벳을 빌려 쓰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17세기부터 네덜란드어를 중심으로 하여 만들어진 아프리칸스어(Afrikaans)가 있지만, 일부 백인계층에서만 쓰일 뿐 일반 흑인들은 자신들의 부족어를 쓰고 있다.
이처럼 다른 아프리카국가들은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다보니 구전문화에 의존하게 되는 데 에티오피아는 고유문자가 있으니 많은 기록문화를 남기게 된 것이다.
전설과 신화의 도시 악숨에 도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