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남소연
- 90년대 중반 동구권 붕괴와 김일성 주석 사망을 계기로 '북한 붕괴론'이 크게 유행했다. 학계에서도 난민 대책 등 각종 토론회 가졌다. 그런데 10년만에 다시 북한 붕괴론이 부활했고 그 주도적 역할을 '전향 386' 그룹이 앞장서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북한 붕괴론의 근거는 무엇인가.
"당시 붕괴론자들은 '김정일이 후계자로서 부족하다'는 의견을 주로 제시했다. 그러나 나는 후계자 김정일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포스트 김정일'은 대단히 어렵다고 본다. 김정철과 김정남이 있는데, 전자는 너무 어리고, 후자는 상당히 장애 요소가 많다. 그런 조건에서 과연 제대로 (정권 유지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정일 후계 당시엔 시대적, 국제적으로 공산주의 운동 자체가 안정됐던 상황이다. 김일성의 권위나 권력이 확고부동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불안한 조건이다. 실제로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세력--성분 좋은 사람들, 고위 간부층 자제, 특수 기관의 근무자--등을 만나보면, 전혀 체제에 대한 충성심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찾아 볼 수 없다. 정의감이 높은 사람들은 반북활동을 하고, 정의감의 없는 사람들은 뇌물 등을 통해 돈 벌 궁리만 한다.
그리고 일반 민중들도 과거와는 다르다. 심지어 탈북자가 아닌 중국을 공식 방문한 사람들조차도 김일성, 김정일에 대해 경칭 없이 하는 얘기가 스스럼없이 나온다. 어떤 계기만 있으면 터질 정도로 밑에서부터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주로 중국을 자주 방문하고 장기 체류하면서 연구해온 것으로 안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통일 지원 및 후견인 역할에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 같다. 그런 근거는 무엇인가.
"중국에서는 완전히 숨어서 긴장 속에서 일한다. 중국의 호의를 낙관하기보다는 중국의 이해관계를 낙관하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 통일을 방해하는 건 그들의 이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미 연합군이 압록강까지 밀고온다는 건 불안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현대전이라는 게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점에 난감해할지 의심이 든다.
물론 중국이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완충지대' 설정 같은 자국의 불안 요소에 대한 요구는 있을 듯하다. 그런데 중국이 북한을 속국화해서 이득 볼 게 없다. 북한에 대한 책임만 커질 뿐이다. 오히려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생기면 동북아에서의 위치가 흔들리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을 가까이 두는 게 이득이 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겪은 외침의 대부분은 중국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래서 안보전문가 집단은 중국을 '통일한국의 가상적'으로 가장 경계하는데 그들과는 견해가 다른 것 같다.
"군사력 충돌 등에 대해서는 대비를 해야겠지만 중국 자체의 정치적 목적에 대해선 특별히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중국의 '한족'이 한반도를 침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한족이 아닌 경우는 많았지만."
- 단체의 성격상 북민넷은 비교적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미국이 개입하면서 북한 인권문제도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있고, <시대정신>은 뉴라이트재단의 기관지가 되면서 정치적 발언과 개입이 강해진 면이 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등 내정간섭적 개입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자연적인 추세가 아닌가. 환경, 인권 문제는 개별 국가의 배타적 주장만 하기엔 어려움이 있지 않나 본다. 그런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내정간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브라질 아마존 지역을 개발한다면 브라질 개별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현대는 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 국민국가 권한의 많은 부분이 세계적인 경제 네트워크, 지자체, 민간 경제 단위로 넘어가고 있다."
- 북한민주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북민넷'이 추구하는 것을 단순화하면 체제변환 쪽이냐 아니면 김정일 정권 붕괴 쪽이냐.
"체제변환을 추구하지만, 변환 과정에서 적은 사람이 희생되고, 사회 충격이 적은 방법이 있다면 그런 방향을 지지한다. 만약 김정일 정권이 붕괴한다면 다른 체제가 지속되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 현재 추진하는 사업은 어느쪽이냐.
"둘 다 한다. 당면해서는 김정일 정권 붕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이처럼 저항세력이 그 체제 내에서 피 터지게 싸워도 민주화가 될까말까 한데, 외부인들이 체제 밖에서 북한 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다고 보는가.
"물론 외부에서는 지원을 하는 것이고, 진정한 역량은 내부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을 직접 만나면 희망을 본다. 조직 내부에서 북한민주화운동의 '피드백'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