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역 앞의 광장.강병구
넵스키 대로 일주를 시작하자
1년 중 해가 쨍쨍한 날은 60여 일에 불과하고, 북극에 가까워 흑야 기간이 되면 거짓말을 조금 더해 정말 해가 뜨지 않는 곳에 있는 도시. 겨울이면 영하 20도가 우스운 날씨가 되고, 사람이 별로 살지 않던 습한 늪지대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해가 없는 날이면 자욱한 안개로 흑야 우울함을 10배쯤 더해주는 도시.
@BRI@그런 이 도시를 왜 수많은 러시아 문호들은 사랑했으며, 모든 러시아인들이 사랑하는 도시가 되었을까? 뭔가 절대적인 매력이 있는 것일까?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이런 이른 고민은, 모스크바 역에 내려 넵스키 대로를 10분 만 걸어보면 사라지게 된다. 책과 소문을 통해 안 지식이 눈앞에 있는 사실에 얼마나 무력한지 깨닫게 된다. 그럼 이제 그 넵스키 대로를 함께 걸어보자.
모스크바 역 앞의 광장에서 네바강 쪽으로 난 왼쪽의 큰길을 본다면, 바로 그곳이 넵스키 대로임을 알 수 있다. 아침을 먹은 이후라면 거리에 북적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혹 야간열차를 타고 이른 아침에 도착했다면 같이 도착한 대부분의 여행객이 숙소를 찾아가는 그곳이 바로 넵스키 대로이다.
그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오른편에 KFC와 피자헛이 보인다.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만 방문했다면 특별한 볼거리는 아니겠지만, 시베리아에서부터 온 여행객이라면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곳일 것이다.
배가 고프다면 치킨과 피자를 좀 사먹어도 좋지만, 너무 오래 어슬렁거리지는 말자. 외국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이곳은 소매치기 잘 당하기로 유명한 장소라고 한다. 물론 조심한다면야 걱정 없겠지만, 반지하 같은 가게 내에 발디딜 틈도 없는 식사시간이라면 정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가게를 나와 걷던 방향으로 계속 걷자. 눈앞에 보이겠지만, 200여 년 전 만들어졌다는 러시아 신도시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건물(대부분이 아니다)이 최소 100년 이상 되었다고 하는데, 창문 유리창이 깨져도 시청에 신고하고 고쳐야 한다고 한다. 고증을 받아서 알맞은 모양으로 갈아야 한다나?
좀 더 걷다 보면 작은 강과 다리 하나가 나온다. 다리 모퉁이에 서 있는 인상적인 기마상을 보자. 다리의 네 모퉁이에 있는 이 상들은 모두 모양이 다르다고 하니 시간이 괜찮다면 천천히 다 둘러보자.
무슨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리에는 "멋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를 배로 즐기자"고 홍보하는 사설 유람선 호객꾼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탈 이유는 없다. 발걸음을 재촉해 더 걸어가 보자.
그랜드 유럽 호텔을 찾았다면 길 건너편에 있는 건물을 보자. 2층인지 3층인지, 아무튼 낮은 건물이지만 매우 길어 보이는 건물이 보일 것이다. 건물 앞 광장도 널찍해 보이고 말이다.
그곳이 '가스친늬 드보르라'는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다. 18세기 후반 러시아 전국의 상인들이 '상인 지구'를 만들어 한 건물에서 물건을 팔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도 최고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 물건들을 구경하고 싶다면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웬만한 러시아 물건은 다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피의 사원과 까잔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