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출발한 기차가 도착한 마야코프스키 바그잘(모스크바 역).강병구
왜 이름이 '상트 페테르부르크(Sankt Peterburg, 레닌그라드)'일까?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기차, '붉은 화살호'는 5월 9일 새벽 6시 30분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였다. 러시아 대도시 중 가장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고, 예술의 도시라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사실 연재 제목만큼이나 무작정 떠나온 데다, 그중 러시아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이라곤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던 나에게 그곳은 전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BRI@예전 제정러시아 시절 수도였다는 정도의 사실밖에 알지 못했던 나는, 왜 이름이 '상트 페테르부르크' 인지부터가 궁금했다.
여행서를 뒤적거리고, 풍문을 들어본 결과는 이랬다. 상트 영어로 치자면 Saint, 즉 우리말로 '성(聖)' 정도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리고 페테르는 영어로 Peter's, 기독교 세례명으로 '베드로'에 해당하는 말이고, 부르크는 '도시'라는 뜻의 러시아말이라고 한다. 대충 뜻을 조합하면 '성스러운 베드로의 도시'쯤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름이 붙게 된 데에는, 이 도시를 만든 표트르 대제(러시아 사람들은 표트르 1세의 위대한 업적 때문에 '대제'라 부르곤 했다. 우리가 세종대왕이나 광개토대왕을 다른 왕들과 달리 특별히 부르는 것과 같다)의 이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잘 모르고 있지만, 뒤늦은 근대화에도 18세기 러시아가 북유럽의 강국이 되고, 이후 제국주의시대 주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표트르 대제의 출중한 능력 때문이었다고 한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거쳐 영국으로 세계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던 그 시절, 낙후된 북쪽 변방의 왕이던 표트르 1세는 조국 근대화에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래서 러시아를 근대화하려 하였으나, 아직도 농노가 대부분이고 공업, 상업의 바탕도 안 깔린 러시아를 무작정 근대화하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정말 무슨 옛이야기에나 나올 것 같은 일을 벌이는데, 똑똑하고 충성심이 깊은 신하 몇 명과 함께 서유럽의 기술을 배우기 위하여 직접 몇 년간의 잠행을 떠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배워온 기술과 안목을 가지고 강한 지도력을 발휘, 몇십 년 만에 러시아를 유럽의 주요국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에 따르자면 정말 이상적인 절대군주라 할 수 있는 표트르 대제는 2m의 장신에 예술을 사랑하는 감성까지 풍부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런 표트르 대제가 유럽을 더욱 가까이하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옮긴 수도가 바로 이곳, 상트 페테르부르크 그리고 표트르 이름은 영어 Peter, 즉 베드로에 해당하는 러시아 이름이라고 한다. 이런 설명을 알게 되니, 영국에서 유학했던 친구 재혁이가 이곳에 대해 물어보는 나에게 자꾸 이곳을 세인트 피터스버그(Saint Petersburg)라고 불렀는지가 이해할 수 있었다.
200년 전의 계획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