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언덕에서 찍은,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우주선 모양의 엠게우 모습강병구
모스크바에 왔으니 모스크바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끼고 싶었다. 트레차코프 미술관의 작품들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만의 멋진 매력이었지만, 러시아라는 이름이 풍기는, 뭔가 웅장하고 거대한 걸 보고 싶은 마음에는 좀 모자랐다. 그러던 중 가장 눈에 띤 것은 스탈린 양식이라는 독특한 모양세의 건물들이었다. 그 크기나 높이를 봐서는 분명 현대의 건물인데, 모양을 보아서는 유럽의 오래된 건물의 그것이었다. 유럽의 고성이나 탑이 부풀어 올라 고층 빌딩이 된 모습이랄까?
@BRI@ 스탈린 양식의 건물 중 처음으로 본 것은 엠게우라는 약칭으로 더 많이 불린, 국립 모스크바 대학교였다. 숙소 근처라 모스크바를 떠날 때까지 몇 번이나 봤지만, 볼수록 사람을 압도하는 엄청난 건물이라는 느낌이었다. 36층에 이르는 높이와 몇 만 개의 강의실 등, 방이 있다는 이 건물은 무슨 첨탑처럼 삐죽 서있었다.
이런 스탈린 양식의 건물은 엠게우 이외에도 외무성, 우크라이나 호텔, 예술인 아파트 등 모스크바에 총 7개가 있다. 모두 엠게우보다는 작은 규모였지만, 이것들 역시 사람을 압도하는 건축물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고딕양식을 현대 고층건물에 적용한 예라고 하는데, 그냥 보기만 해도 엄청난 공사비와 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역시나 스탈린 양식을 소개한 여행서에는 엄청난 건축비를 절감하기 위해 강제노역이 동원됐다는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었다. 스탈린 시대 사상검증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정치범을 노역에 동원했는데, 그래도 노동력이 모자라서 잡범까지도 정치범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역시 공짜는 없는 세상으로, 이런 엄청난 건물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뒷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며, 엠게우를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참새언덕에서 보았더니, 압도적이라기보다는 우스워 보였다. 좌우 대칭의 가운데가 뾰족하게 돌출된 모습이, 마치 공상과학만화에 나오는 우주선 같아보였기 때문이다. 좀 유치한 취향이랄까? 그렇게 많은 희생을 치루고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이 빈정 상했는지도 모르겠다.
모스크바의 대학로, 아르바트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