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후 웹 세상에 대한 안내서인 책 표지출판사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은 리얼 공간과 사이버 공간으로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다. 기자는 사이버공간을 특정하게 웹으로만 줄이면서 최근에 읽은 <웹 2.0 경제학>(김국현 저/ 황금부엉이 간)을 기반으로 웹 세상에 관한 생각을 풀어보고자 한다.
리얼과 사이버는 구분되어 있지만 자연스럽게 오가는 교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기자는 아는 기자의 책상에서 이 책을 만났고, 출국하는 공항의 서점 가판대에서 그 책을 더 유심히 보고 되었고, 결국 사고 들어와 완독하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선 내가 웹에서 너무 벗어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기자는 95년 정도에 '나모'라는 웹 저작 도구를 만들어 홈페이지(테마:사진과 글이 있는 풍경)를 만들었다. 개인홈페이지로는 상당히 빠른 홈페이지였고, 이런저런 공모에서 작은 상이지만 수상도 해본 만큼 인터넷과 친했었다. 하지만 99년 9월 중국에 건너온 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홈페이지 관리에 소홀했고, 이제는 도메인마저 이상한 회사가 선점해 간 상태다.
기자가 홈페이지에서 손을 뗀 것은 우선 개인 홈페이지가 자신의 콘텐츠를 쌓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또 그 콘텐츠가 자족적인 수단일 뿐 새로운 세상과 연결하는 데 너무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중간에 시스템을 지원해주는 포탈에 귀속된 개인 홈페이지나 플래닛, 블로그 등 다양한 수단 등을 강구해봤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 사이버 세상에 정체성을 둔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사실 그 이유는 공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시스템 지원도 더디고, 새로운 세상을 연결해줄 장점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웹 2.0 경제학>을 읽으면서 막연히 상상하던 웹2.0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내가 알지 못했던 인터넷 세상의 기술들에 대해서 점검할 수 있었다.
우선 이 책의 단점을 먼저 말한다면 저자가 너무 '구글'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가능성과 힘은 인정하지만 좀 심하게 매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구글이 콘텐츠(혹은 UCC) 세상의 'MS'가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심하게 구글 중심주의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든 기자는 이 책을 바탕으로 평소에 느꼈던 웹이나 미디어의 미래 등 심각한 주제를 생각해 본다.
웹 2.0은 있는가 없는가
얼마전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사장의 인터뷰에서 들은 웹2.0에 대한 그의 평가는 자못 걱정된 것이다. 그는 "웹 2.0은 평론가들이 지어낸 말장난이다. 한국에서는 예전부터 웹2.0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웹2.0의 개념이 복잡하지만 단순화해보면 결국 '참여와 공유' 아닌가. 지금까지의 <디시>와 딱 맞아온 내용이다. 플랫폼을 좀 더 원활 쾌적 편리하게 만들자는 것이 웹2.0적 접근이지, 그 외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말장난인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좀 실망했다.
우선 그는 초반기부터 가장 큰 사업 모델이 된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를 잡고 있는 것만큼 그의 선진적인 안목을 높게 산다. 그의 말대로 보면 '디시'는 분명히 웹2.0에 가까운 매체가 맞지만, 웹2.0은 그 정도의 시선으로 바라볼 만큼 녹녹한 변화가 아니다. 그런 빼어난 시각을 가진 이가 건설사를 인수하고, 술집을 차린다는 것도 의아하지만 확실한 것은 웹 2.0은 이전과 다른 시점에서 웹을 변화시키고, 수익모델을 만들고, 미디어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의 서두 '웹 2.0이 몰고 온 대변혁'은 그런 점을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변혁의 중심점을 우선 '블로그'로 두었다. 개인 단위로 만들어진 블로그를 통해서 세상이 확장되고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다고 다음에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나태하다. 지금까지 사이버 세상에서 주도권을 잡았다고 장담하던 이들이 얼마되지 않아서 무너지거나 주도권을 잃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위기에 빠진 많은 사이버 공간을 안다. 개인홈페이지로 시작해 부흥하다가 무너진 네띠앙이 그랬고, 회원은 많아도 여전히 미약한 힘밖에 없는 아이러브스쿨이 그렇다. 아이러브스쿨은 그 광범위한 회원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그리워서 온 이들의 돈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들이 창출한 수익법은 초반기 장학금, 아바타, 쇼핑몰의 순서였다.
하지만 어린 가입자들이 장학금을 낼 리도 없었고, 아바타를 사이버상의 자기정체성으로 인식하지 않는 네티즌에게 치장을 위한 소비를 끌어낼 수 없었다. 또 대형몰에 비해서 우수할 리 없는 쇼핑몰은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기자의 생각에는 이용자의 경조사를 알리는 기능 등을 온오프로 포괄적으로 할 수 있었다면 아이러브스쿨의 수익 모델은 더 강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적 친구들에게 가장 필요한 중에 하나는 결혼이나 부음 등 경조사를 알리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향우회 등을 끌어낼 수 있었다면 새로운 수익모델이 나올 수도 있었을텐데,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포털 헤게모니는 어디에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