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세상의 주도권은 어디로 갈 것인가

[서평] <웹 2.0 경제학>, 쇄국정책 고수할 경우 주도권 외국에 빼앗길 수도

등록 2006.11.24 13:58수정 2006.11.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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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후 웹 세상에 대한 안내서인 책 표지
차후 웹 세상에 대한 안내서인 책 표지출판사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은 리얼 공간과 사이버 공간으로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다. 기자는 사이버공간을 특정하게 웹으로만 줄이면서 최근에 읽은 <웹 2.0 경제학>(김국현 저/ 황금부엉이 간)을 기반으로 웹 세상에 관한 생각을 풀어보고자 한다.

리얼과 사이버는 구분되어 있지만 자연스럽게 오가는 교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기자는 아는 기자의 책상에서 이 책을 만났고, 출국하는 공항의 서점 가판대에서 그 책을 더 유심히 보고 되었고, 결국 사고 들어와 완독하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선 내가 웹에서 너무 벗어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기자는 95년 정도에 '나모'라는 웹 저작 도구를 만들어 홈페이지(테마:사진과 글이 있는 풍경)를 만들었다. 개인홈페이지로는 상당히 빠른 홈페이지였고, 이런저런 공모에서 작은 상이지만 수상도 해본 만큼 인터넷과 친했었다. 하지만 99년 9월 중국에 건너온 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홈페이지 관리에 소홀했고, 이제는 도메인마저 이상한 회사가 선점해 간 상태다.

기자가 홈페이지에서 손을 뗀 것은 우선 개인 홈페이지가 자신의 콘텐츠를 쌓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또 그 콘텐츠가 자족적인 수단일 뿐 새로운 세상과 연결하는 데 너무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중간에 시스템을 지원해주는 포탈에 귀속된 개인 홈페이지나 플래닛, 블로그 등 다양한 수단 등을 강구해봤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 사이버 세상에 정체성을 둔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사실 그 이유는 공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시스템 지원도 더디고, 새로운 세상을 연결해줄 장점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웹 2.0 경제학>을 읽으면서 막연히 상상하던 웹2.0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내가 알지 못했던 인터넷 세상의 기술들에 대해서 점검할 수 있었다.

우선 이 책의 단점을 먼저 말한다면 저자가 너무 '구글'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가능성과 힘은 인정하지만 좀 심하게 매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구글이 콘텐츠(혹은 UCC) 세상의 'MS'가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심하게 구글 중심주의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든 기자는 이 책을 바탕으로 평소에 느꼈던 웹이나 미디어의 미래 등 심각한 주제를 생각해 본다.

웹 2.0은 있는가 없는가


얼마전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사장의 인터뷰에서 들은 웹2.0에 대한 그의 평가는 자못 걱정된 것이다. 그는 "웹 2.0은 평론가들이 지어낸 말장난이다. 한국에서는 예전부터 웹2.0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웹2.0의 개념이 복잡하지만 단순화해보면 결국 '참여와 공유' 아닌가. 지금까지의 <디시>와 딱 맞아온 내용이다. 플랫폼을 좀 더 원활 쾌적 편리하게 만들자는 것이 웹2.0적 접근이지, 그 외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말장난인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좀 실망했다.

우선 그는 초반기부터 가장 큰 사업 모델이 된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를 잡고 있는 것만큼 그의 선진적인 안목을 높게 산다. 그의 말대로 보면 '디시'는 분명히 웹2.0에 가까운 매체가 맞지만, 웹2.0은 그 정도의 시선으로 바라볼 만큼 녹녹한 변화가 아니다. 그런 빼어난 시각을 가진 이가 건설사를 인수하고, 술집을 차린다는 것도 의아하지만 확실한 것은 웹 2.0은 이전과 다른 시점에서 웹을 변화시키고, 수익모델을 만들고, 미디어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의 서두 '웹 2.0이 몰고 온 대변혁'은 그런 점을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변혁의 중심점을 우선 '블로그'로 두었다. 개인 단위로 만들어진 블로그를 통해서 세상이 확장되고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다고 다음에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나태하다. 지금까지 사이버 세상에서 주도권을 잡았다고 장담하던 이들이 얼마되지 않아서 무너지거나 주도권을 잃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위기에 빠진 많은 사이버 공간을 안다. 개인홈페이지로 시작해 부흥하다가 무너진 네띠앙이 그랬고, 회원은 많아도 여전히 미약한 힘밖에 없는 아이러브스쿨이 그렇다. 아이러브스쿨은 그 광범위한 회원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그리워서 온 이들의 돈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들이 창출한 수익법은 초반기 장학금, 아바타, 쇼핑몰의 순서였다.

하지만 어린 가입자들이 장학금을 낼 리도 없었고, 아바타를 사이버상의 자기정체성으로 인식하지 않는 네티즌에게 치장을 위한 소비를 끌어낼 수 없었다. 또 대형몰에 비해서 우수할 리 없는 쇼핑몰은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기자의 생각에는 이용자의 경조사를 알리는 기능 등을 온오프로 포괄적으로 할 수 있었다면 아이러브스쿨의 수익 모델은 더 강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적 친구들에게 가장 필요한 중에 하나는 결혼이나 부음 등 경조사를 알리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향우회 등을 끌어낼 수 있었다면 새로운 수익모델이 나올 수도 있었을텐데,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포털 헤게모니는 어디에 갈 것인가

알라딘에서 하고 있는 ttb 서비스, 리뷰를 보고 책을 살 경우 리뷰어에게 3%를 적립해 준다
알라딘에서 하고 있는 ttb 서비스, 리뷰를 보고 책을 살 경우 리뷰어에게 3%를 적립해 준다조창완
2부 '웹 2.0 그 역전의 경제학'은 '구글 경제학' 등을 통해 웹 헤게모니가 다양하게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색은 물론이고 구글 어스 등을 통해 웹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가는 구글의 힘을 보여준다. 또 주도권을 잡지 못해 사라지는 것들 재현하는 '롱테일'이나 관심을 끌어내는 '어텐션' 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은 3부 '2.0 이후의 세계'다. 우선 앞 부분에서 네이버와 구글의 싸움으로 대변될 검색에 관한 것이다. 검색의 중요성이야 더 말한 나위 없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다. 문제는 네이버가 지금처럼 자사의 콘텐츠를 외부 검색엔진(구글 등)에서 읽지 못하게 거부하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냐와 또 이것이 궁극적으로 네이버가 지금 잡고 있는 검색엔진의 주도권을 유지시켜줄 수 있냐 하는 것이다.

특히 이 검색의 쇄국정책을 푼 엠파스의 '열림검색'은 물론이고, 다음 등이 무장해제하고 있는데, 네이버의 이런 정책이 성공할 것이며, 얼마나 갈 것인가다. 실제로 기자도 최근 네이버 검색의 빈곤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상태여서 충분히 공감하는 말이다. 가령 기자가 최근에 내 놓은 책 <베이징 네 멋대로 가라>로 검색할 경우 구글이나 엠파스에서는 백여건 이상의 페이지가 검색되지만, 네이버에서는 2건만이 제대로 찾아질 뿐이다.

네이버를 꾸미고 있는 미디어나 카페의 콘텐츠는 자신들이 아닌 다른 이들의 힘으로 구축한 것임에도 폐쇄적인 방향으로 검색을 제한할 경우 결국 주도권을 계속 잡기 어려운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검색의 기능이 떨어질 경우 광고 등 기타 부분에서 수익을 잃게 되어 시장점유율도 폭락할 것이 불문가지다.

웹 2.0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까

사실 IT가 버블로 인식된 것은 적당한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광고에 의존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좁았고, 반면에 들어가는 돈은 너무 많았다. 때문에 신문사의 닷컴들이 몰락했고, 네티앙, 아이러브스쿨 같은 대형 포털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럼 향후에도 과연 그럴 것인가. 기자는 그런 점에서 웹2.0시대의 미래를 낙관한다.

우선 개인 블로그 중심의 사이버 세상은 돈으로 산 아바타로 외모을 치장하는 시대와 다르다는 것이다. 향후 몇 년이 지나면 기업은 종이로 된 이력서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지원자의 블로그에만 가면 지원자의 정체성이 대부분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평소에 무슨 책을 읽었는지, 무슨 영화를 봤는지, 드러내고자 한다면 심지어 무슨 상표의 옷과 무슨 속옷을 입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미 원하기만 한다면 개인의 블로그는 세상의 모든 것과 연결할 수 있다. 가령 네이버가 실시하고 있는 리뷰로그의 경우 책, 영화는 물론이고 쇼핑몰의 상품을 리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것을 수익으로 연결하지는 않지만 한 단계 더 나간 블로그임에는 확실하다.

네이버 리뷰로그는 리뷰와 제품을 직접 연결시켜 준다
네이버 리뷰로그는 리뷰와 제품을 직접 연결시켜 준다조창완
이런 단계를 한 단계 더 나간 곳도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www.aladdin.co.kr)의 'TTB 리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서비스는 블로거의 서평을 보고 알라딘에 가서 책을 살 경우 이 책값의 3%를 블로거에게 적립해 주는 서비스다. 'thanks to bloger'의 약자인 TTB서비스는 리뷰자에게 추가로 할인을 하는 서비스로 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가능한 서비스로 향후 몇 년 안에 소비문화의 핵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블로그 속 리뷰를 통해 수익까지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런 리뷰는 곧바로 소비와 연결된다. 과거 많은 신문사 포털들이 기사 아래 물건을 파는 서비스를 실시했다가 큰 성과를 못 거두었다. 하지만 역으로 개인 공간과 그런 리뷰 공간이 혼합할 경우 참여도나 영향력을 휠씬 커질 것이다.

콘텐츠든 UCC든 블로거가 뜬다

얼마 전까지 콘텐츠로 불리던 것들이 최근에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용자 생산 콘텐츠)로 많이 대체하고 있다. 개념이 좀 세밀해졌을 뿐 비슷한 개념이다. 일단 포털, 블로그 등이 확장되면서 웹의 인프라는 이제 절정의 상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속에 떠돌 콘텐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혁명은 사용자들이 이뤄내고 있다. 지난 우리나라 대선에 큰 작용을 했던 인터넷 동호회나 인터넷 매체(오마이뉴스) 등이 있었다면 이번 미국 총선에 영향을 준 유튜브 등은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는 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이런 기반이 만들어졌지만 사용자가 약했던 것은 블로거들을 끌 만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쓴 사용자를 위한 보상 제도인 TTB 등이 활성화될 경우 블로거의 증가는 눈에 쉽게 보인다.

향후 1~2년 사이 블로그는 과거의 단순한 기록 공간에서 소비로까지 전이되는 급속한 변화를 겪을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이것을 주도할 세력은 누굴까. 네이버나 다음, 인터파크 같은 국내 기업이 될 수도 있지만 구글 같은 해외기업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알려져 있듯이 구글이 한국에서 인재사냥을 시작한 것도 이런 앞날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런 변화의 첫 시험장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많다. 사실 한국이 아니라면 이런 시험을 할 나라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 기업들에게 향후 몇 년은 엄청난 기회이자 생존이 달린 치열한 전장이 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지금의 폐쇄적이고, 자만에 가득찬 자세하면 머잖아 공멸할 것 같다는 것은 기자만의 우려일까.

반면에 자사만의 콘텐츠, 그것도 인쇄매체나 방송만에 의존하는 신문사나 방송사의 콘텐츠를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많다.

웹 2.0 경제학

김국현 지음,
황금부엉이,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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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힘, 웹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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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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