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서 멸치를 털어 돌아오는 작은 배김준
남편은 개에(바닷가) 나가 배를 닦고 있다. 아내는 어제 남편이 멸치그물에서 건져온 잡어들을 손질한다. 한동안 해파리 덕(?)에 푹 쉬었다. 멸치라도 잡아야 겨울철을 날 수 있을 텐데. 배 밑창에 붙은 꾸적들을(이물질들을) 긁어내며 포구에 말려놓은 그물에 눈길을 준다. 요즘 통 신통치 않다. 옆에서 이것저것을 캐묻는 것이 귀찮았던지 "작은 섬에 뭐 볼 것이 있다고" 라며 말끝을 흐린다. 더 이상 묻는다면 역정을 내실 것 같아 그만두었다. 지난번 멸치도 잡히고 전어를 몇 마리 사가지 올 때는 그래도 좋았는데.
섬이라고 해봐야 3만평에도 이르지 못한다. 도심의 제법 넓은 공원 면적만 못한 작은 섬이다. 섬에서 가장 큰 건물인 학교에는 아이들과 책걸상은 어디 가고 한 칸 짜리 교실 안에는 고기잡이 그물만 가득하다. 정기여객선이 없는 탓에 인근 대횡간도라도 갈라치면 작은 멸치잡이 배를 이용해야 한다. 외지인은 물론이고 주민들이라고 해야 전부 6명에 불과한 작은 섬, 갑자기 개짓는 소리가 요란하다.
몇 명의 낚시꾼들이 사립문 사이로 지나친다. 이 마을 뒤 갯바위 낚시는 태공들에게 제법 알려진 포인트다. 골목길이라고 해야 20m나 될까. 포구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좌우에 멸치를 삶는 멸막(멸치를 삶아 말리는 막사)이 하나씩 있다. 골목길로 들어서면 좌우에 두세 집이 붙어 있다. 오른쪽 멸막 옆은 저녁에 불을 밝히는 자가발전시설이 있다.
군데군데 빈집 사립문이 갯바람에 덜컹거린다. 모두 6가구가 살고 있다지만 멸치를 잡으며 갯일을 하는 집이 두 가구, 주소만 이곳에 두고 자식들에게 나가 있는 집이 두 가구, 나머지는 두 가구는 손바닥만 한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