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선님이 직접 고안한 망둑어 잡이 '작살'김준
망태와 작살을 꺼내며 망둑어 잡이 채비를 하던 김종선씨가 중얼거리며 장화를 벗고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과학보다 사람들의 경험을 더 믿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굵은 빗방울이 잠시도 밖에 서있기 어려운데, 김씨는 펜션 안에서 채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괜스레 객들만 밖에서 안타깝게 시꺼먼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금방 그칠 테니 안으로 들어와 기다리라는 말을 흘렸지만.
잠시 후 비가 그치더니 하늘이 조금씩 열린다. 그럼 그렇지. 랜턴 3개를 준비하고 김씨는 망태 한 개는 등에 지고, 하나는 어깨에 걸었다. 펜션을 돌아 후미진 곳을 벗어나자 물이 빠진 갯벌이 반짝거린다. 갯벌로 들어가는 긴 시멘트 포장길로 들어서자 반기는 녀석들은 갯강구다. 반기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인간의 출현에 짜증이 나는지 어서 지나가라고 길을 열어준다.
신발을 벗어 놓고 양말만 싣고 갯벌에 들어섰다. 갯벌에 들어 간지 보름도 되지 않았는데 차갑다. 하긴 첫눈이 벌써 내리지 않았던가. 몽실몽실한 갯벌이 발아래 우물우물하다 옆으로 밀려난다. 대부도와 구봉도 사이에 있는 연목갯벌은 김씨가 망둑어를 즐겨 잡는 것이다. 어디 웅덩이에 큰 망둑어가 있고, 어디 웅덩이에는 작은 놈이 있는지 훤하다. 그는 갯벌전문가임에 틀림없다.
연목갯벌 망둑어들 작살났다
망둑어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한 곳은 대부도와 선재도 그리고 구봉도 사이의 연목갯벌이다. 김씨는 망둑어를 잡기 위해 준비한 도구는 작살이 전부다. 작살이라 하지만 포크 손잡이를 검정 테이프로 칭칭 감아 두툼하게 손잡이를 만들고, 삼발이를 조금씩 벌려 넉넉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필요한 것은 직접 만들어 쓰는 김씨, 지금까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망둑어를 잡았지만, 이 작살처럼 망둑어 잡이 딱 맞는 것은 없다고 자신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물이 빠지는 밤이면 이 녀석들은 물이 고인 웅덩이에 드러눕는다. 숫제 작은 갯골에는 물 반 망둑어 반이란다. 좀 큰 망둑어를 원하면 갯골 깊은 곳으로 가면 된다. 깊다고 해봐야 정강이에도 이르지 않는다.
옛날에는 횃불을 들고 나갔다지만 지금은 랜턴을 들고 나간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예상했던 것 보다 비가 많이 와 갯골에 불을 비추었지만 물이 흐려서 바닥이 누워 있는 망둑어의 형체가 보이지 않는다. 비만 그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런!. 김씨 갯골을 포기하고 갯등 위로 올라서더니 작은 웅덩이로 불빛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