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된장을 찍어 쌈으로 먹으면 입맛이 돈다.김민수
어린 시절 명절이면 그동안 먹지 못했던 음식을 탐하다가 배탈이 나곤 해서 본전도 찾지 못하기도 했다. 요즘이야 명절에 음식을 과하게 먹고 탈이 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만큼 풍족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올해 추석 우리 집 음식은 아주 간단했다. 송편 약간, 북한산 황태구이, 각종 묵나물, 새로 담근 김치와 과일 몇 가지가 전부였다. 그래도 다른 날보다 많이 먹게 되니 속이 편안하지는 않다.
추석 다음 날, 그동안 짐을 싸놓아 서재구실을 못하던 옥탑방을 치웠다. 열심히 방을 치우다 옥상에 올라가니 어머님이 씀바귀를 한 바구니 캐서 다듬으신다. 나는 나대로 일을 하는데 어머니이 한 말씀하신다.
"정 없는 놈, 지 좋아해서 하는데 어디서 해 왔냐고 한 마디도 읍냐?"
"옥상 텃밭에 많던 거네요. 나도 하루 이틀 사이 뜯어 먹으려고 했는데 잘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