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한미FTA 체결지원위원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한미)FTA는 고도의 통치행위"라며 "이는 선거에 의해 집권한 정부가 국민을 위해, 국익을 위해 다소 반대가 있더라도 (협상을) 끌고 가겠다는 요소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경제부총리 재임 당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진두지휘하다가 최근 국내 갈등 조정 등 대내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한덕수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이 협상 반대론자들을 향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6층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한 국가가 그 나라의 운명을 역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나갈 때 가장 김을 빼는 것이 있다면 '그걸 해서 무슨 혜택이 있느냐'는 반응들이다"며 "이는 그만큼 그 혜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한미)FTA는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이는 선거에 의해 집권한 정부가 국민을 위해, 국익을 위해 다소 반대가 있더라도 (협상을) 끌고 가겠다는 요소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FTA가 늦어도 나라 망하지 않는다"는 발언과 관련해 한 위원장은 "대통령은 여전히 내년 3월 타결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며 반대 여론과는 상관없이 당초 일정대로 협상을 추진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스크린쿼터 축소 문화부가 먼저 제시"
한 위원장은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스크린쿼터 축소는 문화부가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4대 선결조건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5차 대외경제위원회(2005년 9월 개최) 회의자료를 보면 문화부는 스크린쿼터 축소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제시돼 있다.
그는 미국이 제시한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의 수용 여부에 대해 "스크린쿼터 축소만 요구를 들어줬을 뿐 쇠고기 수입 재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약값 재평가 개선안 추진 등은 FTA 논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 통상 현안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부 문건에서 대통령 훈령을 어기고 미국측 일정에 맞춰 협상개시 선언 이후 공청회 개최를 검토한 것에 대해서는 "(실무진들로부터) 구두로 그런 얘기를 듣고 한마디로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공청회는 반드시 협상개시 선언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면서 위헌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체결에 대해 국회가 동의권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리 국회는 비준동의권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한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 | | "FTA 반대여론 통치행위로 봉쇄" | | | 범국본 한 위원장 발언에 '우려' | | | | 한덕수 위원장의 "한미FTA는 고도의 통치행위" 발언에 대해 한미FTA 반대 진영은 물론 법조계 내부에서도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해영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단장(한신대 교수)은 "법률적으로 확립된 개념이 아닌 통치행위로서 FTA를 규정한다는 것은 절차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부정해 버리는 초헌적 발상이다"며 "FTA 반대 여론을 통치행위에 대한 개념으로 봉쇄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권경애 변호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통상팀장)는 "통치행위라는 명분으로 국민들의 판단이나 평가를 무시하고 배제시키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는 한미FTA를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인식이 어떤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통치행위란 사법심사권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되는 국가통치의 기본에 관한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를 말한다. | | | | |
-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은 과연 한미FTA가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냐에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익을 얻는 사람은 소수이고 많은 수의 국민들이 경쟁에 쳐지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그 점에 오해가 있다. 한칠레FTA를 추진할 당시 지금처럼 칠레와 FTA를 해서 무슨 득이 있느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2년 만에 그런 논리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게 증명됐다. 한 국가가 그 나라의 운명을 역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나갈 때 가장 김을 빼는 것이 '그걸 해서 무슨 혜택이 있느냐'는 반응들이다. 그만큼 그 혜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FTA는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선거에 의해 집권한 정부가 국민을 위해, 국익을 위해 다소 반대가 있더라도 끌고 가겠다는 요소가 담겨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칠레FTA와 또 상황이 다르다. 미국과 우리의 산업구조는 굉장히 보완적이다. 제조업에서 우리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반면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미국보다 낮다. 서비스는 직접적인 거래는 적고, 대부분 한국에 진출해서 투자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에 진출한 서비스 업체들은 전체 직원의 99.5%를 한국인으로 고용한다. 70년대 초반 우리가 반도체산업에 진출하지 않았을 때 구로공단에 페어차일드란 반도체 회사가 있었다. 그 페어차일드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삼성전자 등의 주축이 됐다. 결국 외국의 선진화된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나중에 독자적으로 산업을 일으키는데 도움이 됐다. 서비스 부분도 마찬가지다."
- 최근 노 대통령이 '한미FTA가 늦어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언뜻 듣기에 이는 상황에 따라 한미FTA를 연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지금보다 더 확산될 경우 '연기'도 검토해 볼 수 있나.
"우리나라 역사를 얘기하면서 결국 국민통합, 사회통합을 위해선 갈등 해소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 갈등 해소를 통해 근본적으로 나라발전을 이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고, 또 요즘 현안이 되는 이슈들은 거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뜻이다. 대통령께서는 여전히 내년 3월 미국의 신속협상권 기한 내에 협상이 타결되기를 강력하게 바라고 있다."
- 한미FTA 체결지원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이 안에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인사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계의 국민 여론이 제대로 수렴될 수 있겠냐는 비판이 있다.
"반대쪽 인사들도 전부 초청을 하고 접촉도 했다. 노동·농민·여성단체를 비롯해 나머지 여러 시민단체들과도 전부 접촉을 했다. 그러나 그쪽에서 참여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을 보내와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 반대쪽 인사들과도 대화는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우리가 찾아가서 그분들을 직접 만나고 얘기를 듣는 기회를 가질 계획이다."
"FTA 반대세력 악의적으로 헛소문 퍼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