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갤러리
1957년생 김영갑은 희귀병인 루게릭으로 6년 동안 투병하다가 2005년 5월 29일에 삶을 마쳤다. 그의 육신을 태운 재는 투병 중에 손수 가꾸었던 두모악 갤러리와, 두모악 갤러리 뒤란에 심어두고 애인처럼 아꼈던 감나무에 뿌려졌다고 한다.
이 사진집 끝을 마무리하고 있는 글이다. 수목장. 육신의 흔적을 태운 재는 감나무의 양분이 되고 영혼은 감나무에 깃들어 오늘도 제주의 오름과 바람, 구름을 맘껏 호흡하리라. 제주에 가면 꼭 한번 만나고 싶은 감나무다.
사진집 <1957~2005 김영갑>을 통하여 만날 수 있는 것들은 단지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닌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이다. 들판의 바람과 구름, 안개, 초원의 나무와 갈대와 야생화, 중산간 지역 여기저기에 봉긋봉긋 솟아오른 수많은 오름들, 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황홀한 순간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사진들은 발표된 적이 전혀 없는 미공개 사진과 다른 사진집이나 단행본 등에 발표한 사진들 일부. 고인이 파노라마 사진을 시작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찍은 사진들이다. 이 파노라마 사진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하여 한 장의 사진을 두 페이지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데 그 크기가 60여cm여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만족감이 훨씬 클 법하다.
파노라마 사진 틈틈이 투병중의 작가가 지나온 삶도 회상하고 있다. 사진과 제주에 매혹되어 살아온 지난 20년 동안 사진에 무엇을 담고 싶었는지, 그간 무엇을 가장 사랑하였는지, 6년 동안의 투병중의 심경 등 김영갑의 사진세계, 삶과 가치관 등을 잘 알 수 있는 글들이다. 사진과는 별개로 글만 읽어도 한편의 진솔한 에세이를 보는 듯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장대함과 고인의 회상에 맘껏 빠져들었던 사진집 <1957~2005 김영갑>. 누군가 김영갑을 묻는다면, 그간 나왔던 고인의 저서 <마라도>, <삽시간에 붙잡힌 한라산의 황홀> <섬에 홀려 필름에 미쳐> <숲속의 사랑>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모두 제쳐두고 단연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1957~2005, 김영갑>
김영갑 사진, 김영갑 글/다빈치 2006 5월 15일/4만5000원
김영갑 1957-2005 - Kim Young Gap, Photography, and Jejudo
김영갑 사진.글,
다빈치,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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