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둔치 자전거 도로를 따라 출근하는 자전거 운전자(자료사진).오마이뉴스 김대홍
다음으로 잘 써먹는 핑계는 "내가 얼마나 바쁘고 중요한 사람인데 한가하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겠는가?" 하는 생각일 것이다. 이 말에 공감하는 경우 어렵게 마련한 운동시간과 그 전후의 소요시간은 아깝지 않은가 묻고 싶다.
또 자전거 타면서 운동과 이동을 함께 하는 일석이조에 대해서 유독 시간비용을 비싸게 적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최근 2년 동안 대전시내에서 자전거만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경험적으로 얻은 결론은, 도심지를 통과하거나 출퇴근 시간의 이동은 오히려 자전거가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정체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고 정확한 이동시간의 산출이 가능한 자전거는 매우 인간적인 이동수단일 뿐만 아니라 시간대비 비용효과 면에서도 매력을 가진다.
이런 경우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려는데 내가 사는 도시는 언덕이 많은 지형이라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여러분을 부추길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대응해 보라.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효과적으로 소비하기 위해서 탄다.
따라서 목적지까지 최단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즐길 수 있고 운동까지 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면 된다. 언덕이나 육교는 돌아가고, 복잡한 도로를 피해 한적한 이면도로를 활용한다. 돌아간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실상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신호대기 때문에 추가되는 시간보다 결코 더 소요되지 않는다.
[핑계 뛰어넘기③] 자동차하고 경쟁하지 않는다
이러한 핑계에도 의지가 꺾이지 않는 경우 필살기(?)로 들이대는 결정타는 "이렇게 차가 많고 복잡한 도시에서 자전거는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 대목에서 설득당하게 되는데, 백번 천번 옳은 이야기일 수 있다.
자동차하고 속도경쟁을 한다거나, 도로의 차선을 놓고 자동차와 경합을 벌이고자 한다거나 또는 목적지까지 최단시간에 도착하려는 결과지향적인 사고만으로 똘똘 뭉친 생각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는 경우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자전거는 차보다 빠르지도 못하고 불안정하며 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방어적인 자세로 과정을 즐기고자 하는 느긋한 마음 자세를 갖는다면 참으로 유쾌한 교통수단이 된다.
이러 저러한 핑계를 다 극복하고 나 자신이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타고 세상 밖으로 나갔을 때, 생각했던 기대만큼의 충족감보다는 갈등과 회의가 많았다. 그 이유는 우선 울퉁불퉁한 자전거도로가 주는 신체적 고통, 체력적 한계, 곱지만은 않은 사회적 시선 등이었다.
현재 대전시 자전거도로 사정이야 선진국의 수준은 아닐지라도 1990년대 후반보다는 상당히 개선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사회적 시선 문제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기 자신의 맘이 더 문제인 것 같고, 체력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그러면서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어느 정도의 힘이 축적되니까 주변의 상황과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