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사무국장은 약 십년동안 반송동에서 지역공동체운동을 해왔다.오마이뉴스 이주빈
반송동은 부자동네가 아니다. 60년대 수정동에서 강제철거당한 이주민들과 90년대 이후 서민 아파트 입주한 주민 등이 어울려 사는 지역이다. 해운대구 전체 생활보호대상자의 60%가 반송동에 살고 있고, 이 중 20%는 장애인이다. 그렇다보니 사업은 자연스럽게 '나눔'에 맞춰져있다.
희망세상은 '행복한 나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로부터 재활용품을 받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한 달 수입은 대략 50만원. 수익금의 전부는 소년소녀가장이나 여성가장, 홀로노인을 후원하는 데 쓴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아이들의 공간. 필독 권장도서가 비치돼 있고, 매주 토요일은 '책 읽어주는 날'로 정해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어른과 아이들이 책을 매개로 만나는 것.
'좋은 아버지 모임'에서는 가족단위의 농촌봉사활동을 통해 농촌의 어려움도 함께 나눈다. 물론 반송동 내 어려운 이웃돕기는 기본이다. 야생화 학습장을 공동으로 가꾸며 자연과 함께 숨쉬는 삶을 꿈꾼다. '어린이·청소년 리더십 교실'에선 나눔을 실천하는 민주시민 소양을 공부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마을신문 <반송 사람들>을 발행한다. 희망세상의 한 달 예산은 150만원에서 200만원. 이중 50만원이 마을신문 발행비로 쓰인다. 8절지 한 장, 네쪽에 불과한 지면. 신문이라고 하기엔 무색할 정도지만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APEC에 나홀로 반대... "희망세상이니까"
겉보기엔 어느 단체에서나 할 법한 평범한 사업들이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십년을 하루같이 거르지 않고 해왔다는 것이다. 어린이날 행사에 1만여 명을 모으는 힘도, 한나라당 텃밭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나가서 1등을 할 수 있는 힘도 여기서 나온다.
"예산이 없어 마을신문을 두 달 못낸 적이 있었어요. 주민들이 '왜 신문 안내냐'며 걱정하시고, 동네 지나가면 반가워서 손잡아주며 '고생 많지' 말씀하시고…. 정말 우릴 많이 기다리고 지지해 주시는 것을 느껴요."
김 국장의 말은 회원 200명뿐인 작은 단체가 주민들에겐 얼마나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실감나는 사례도 있다.
반송동엔 16개의 단체가 있다. 흔히 '관변단체'라 불리는 단체가 태반이고 '색깔있는 NGO'는 희망세상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매월 넷째주에 함께 마을청소를 한다. 어린이날 행사를 할 때는 다른 단체 회원들이 나와 부스 안내를 하거나 교통정리 등을 하며 제 일처럼 돕는다.
부산에서 APEC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일이다. 국제적 행사였던 만큼 부산시민들은 환영 일색의 분위기였다.
반송동에서도 희망세상을 빼곤 모든 단체들이 찬성하는 행사였다. 희망세상은 반대입장을 밝히고 '고이즈미 일본총리 방한반대' 펼침막까지 내걸었지만 이를 탓하는 단체는 없었다. 오히려 "희망세상이니까"하며 인정했다. 김 국장은 "많은 주민들이 마을에 NGO가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고 얘기했다.
10년을 멈추지 않았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