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에 처음 온 사람들 대부분이 헷갈려하는 화장실. 나 역시 첫 날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손을 씻고 나왔다.김미정
처음 하자센터에 갔던 날이 떠오른다. 첫 느낌은 막연한 불안. 그 불안의 정체가 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설명하기 힘들었다. 단순히 '낯선 곳'이 주는 느낌과는 다르다. 독특한 공간 구조,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하자센터에 대한 이미지, '바깥 사회'에서 겪었던 것과 어딘가 다른 사람들과 분위기가 한 데 뒤섞여 꽤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새로운 문화 속에서 이제 인턴 생활 4개월. 앞으로도 약 5개월여 인턴생활이 남아 있다. 그런데 대체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판단은 이른 것도 같지만, 걸어가는 중간에도 평가는 필요할 텐데.
조금씩 익숙해진 생활
틴즈이코노미, 청소년, 경제 교육, 창업 체험, 57만3600원, 피아노, 목요 카페, 11시-8시. 굳이 설명하자면 몇 가지 키워드를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숫자가 먼저 눈에 띌까. 57만3600은 한 달 실수령액. 직급은 인턴, 틴즈이코노미라는 팀에서 청소년 경제 교육의 일환으로 창업 체험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11시에서 20시(물론, 유동적이다-그래도 일단 다른 직장인들이 보면 부럽기 한이 없겠지만), 수요일엔 피아노 수업을 듣고, 목요일엔 세미나가 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하자에서의 내 삶이 와 닿을까? 글쎄, 다양한 키워드만큼이나 여러 주제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백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되면 백수 탈출 자체를 즐거워하게 되지만, 나중엔 언제나 위험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 위험이 외부에 있는 것이든 내부에 있는 것이든. 하자도 다르지는 않다. 평생고용이 사라지고 자기고용이 대두되는 사회. 아예 일과 생활을 분리시키거나 끊임없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헤매게 되는 사회. 그 속에서 살아남는 어떤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찾아가고 싶다. 이곳 하자센터에서. 조금씩, 천천히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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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 보잘 것 없는 목소리도 계속 내다 보면 세상을 조금은 바꿀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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