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이주민상 충칭 싼샤박물관에 조각된 이주민상. 기쁨과 희망에 넘친 이 조각과 달리 싼샤 이주민들의 삶은 고달프고 힘들다.모종혁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이 지난 5월 20일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 현장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13년에 걸친 대역사가 완료됐지만 준공식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리펑공정'이라 불릴 만큼 싼샤댐 건설을 주도하고 싼샤댐 추진 과정을 일기 형식의 책으로 펴낸 리펑(李鵬) 전 총리마저 불참했다.
본래 창장(長江)싼샤공정개발공사에서는 100만 위안(우리 돈 약 1억2천만 원)을 들여 성대한 준공 경축식을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돌연 이를 취소하고 불과 10분 동안 간단하게 행사를 치렀다.
양쯔강 유역에 거주하는 2억2천만 명 주민들을 홍수로부터 해방시키고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소하고 낙후된 서부지역에 부흥시킬 물류혁명을 일으킨 싼샤댐의 완성치곤 초라한 준공식이었다.
창장싼샤공정개발공사 리융안(李永安) 총경리는 "싼샤댐 건설 이후에도 2008년까지 한 단계 남은 공정이 있는데다 수몰인 이주와 환경보호사업 등 중요한 임무에 더욱 주력하기 위해 행사를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초라한 싼샤댐 준공식의 이유
충칭시 완저우구 852가구 이주전후 대조표 | | | 거주면적(㎡) | 총수입(만위안) | 총지출(만위안) | 이주전 | 80363 | 904.2 | 566.8 | 이주후 | 95371 | 707 | 618.1 | 증가 | 15008 | -197.2 | 51.3 | 백분율(%) | 18.7 | -21.8 | 9 |
| ⓒ 모종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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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한 달 동안 중국 전역에서는 '싼샤이민정신송'(三峡移民精神頌)이라는 기념행사를 순회로 열렸다.
'100만 싼샤 이민, 중국을 감동시키다'라는 주제의 행사에서는 싼샤 수몰지 이주민들의 희생을 기렸다. 행사를 주관한 중국 정부의 의도는 분명했다. 중국 인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켜 싼샤 수몰지 이주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싼샤 수몰지역 이주민들의 현황은 어떨까? 중국 정부는 싼샤댐 문제에 관해서는 장밋빛 전망만을 선전하고 있다. 관영 언론매체들 또한 이주민들의 웃음과 희망만을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내부 회람용 보고서는 알려지지 않는 진실을 폭로하고 있다. 작년 12월 충칭시 최대 수몰지역인 완저우(萬州)구 정부가 조사하여 충칭시 정부에 보고한 <싼샤지역 이민연구>(이하 '이민연구')는 대표적이다.
완저우구 인민대표회의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반년 동안 조사한 '이민연구'에 따르면, 싼샤댐 건설은 수몰지에 세 가지 심각한 손실을 가져왔다.
첫째는 양쯔강변 옥토가 수몰되면서 이주민의 수입원이 파괴되었다. 충칭시에서 수몰되는 논밭은 33만무(畝, 1무=6.667아르)에 달하는데, 이에 충칭이 전체 평균 경작면적을 1인당 0.8무로 축소시켜 국제연합(UN)이 규정한 최저 경작면적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이주민에게 새로 제공된 경작지 26만무도 토질이 좋지 않고 자연재해가 빈발하며 수토(水土)의 유실이 빈발한 땅으로 지적되었다. 이런 신거주지 환경은 이주민의 정착을 위협하여 최소한의 생계마저 불가능케 하고 있다.
둘째로 이주 작업이 진행 중인 지방정부에 심각한 세수 손실을 주고 있다. 완저우구의 경우 2000~2004년까지 6억 위안(약 720억 원)에 달하는 세수원이 사라졌다. 수몰지의 기업들이 외지로 빠져나가고 가동을 정지했으며 양전을 경작하던 농민들의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몰지를 안고 있는 지방정부는 부족한 세원을 중앙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셋째는 양쯔강변 원거주지의 환경이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이 경제 수입원이 붕괴되고 문화, 교육 등의 혜택이 사라졌다. 상류층에 속하던 한 상인 집안의 경우 수몰전 연평균 수입 18.4만 위안(약 2200만 원)에서 신거주지 이주후 6.7만 위안(약 8백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민연구'에서는 "정부가 법률까지 제정하여 이주민에 대한 보상과 환경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규정이 규칙적이지 못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다"면서 "수몰지역과 이주민을 위한 다양한 세제 지원과 지원 정책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혜택에 불과하다"고 중국 정부의 싼샤댐 대책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민연구'는 "이주민 반수 이상이 수입이 줄어들고 미취업 상태라서 전체 생활수준이 대폭 하락했다"면서 "신거주지에 적응 못하고 빈곤하여 약체 집단으로 변한 이주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지역사회에 커다란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