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은 새로운 종족이 아니에요"

News21 프로젝트 돕기 그 세번째 이야기- 펄벅을 찾은 바네사

등록 2006.06.16 21:21수정 2006.06.1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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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바네사는 한국 내에서 미군과 한국인 사이의 혼혈 아동들이 겪는 사회적 차별이나 경제적 곤란 문제 등을 묻기 위해 펄 에스 벅 인터내셔널 코리아(이하 펄벅) 사무실을 찾았다.

바네사 그레고리는 '뉴스21:남한'이라는 기획취재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파견된 기자 중 한명이다.<관련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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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는 펄벅의 이경균 대표와 아메라시안(Amerasian, 미국인과 한국 사이의 혼혈인)과 코시안(Kosian, 한국인과 베트남,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다른 아시아인 사이의 혼혈인)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a 펄벅에스인터내셔널의 이경균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바네사.

펄벅에스인터내셔널의 이경균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바네사. ⓒ 이정석

'NEWS 21' 프로젝트는?

'NEWS 21'은 저널리즘 교육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카네기재단 후원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로 미국 내 USC(University of South California), North Western, Columbia, UC Berkeley 등 4개 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들 대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은 911테러 이후의 미국인들이 인식하는 테러의 위협, 미국의 대외 안보 정책 등 각기 다른 여러 가지 테마들을 다루게 된다.

이 중의 일환으로 UC Berkeley에서 진행하는 'News 21 : South Korea' 프로젝트에는 지난 5월 버클리 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취득한 Matt, Vanessa, Katie, Kim, Catherine 등 5명은 기자 활동경력이 있는 석사학생들로 구성됐다.
바네사가 특히 궁금했던 것은 왜 혼혈 아동들이 여러 가지 사회적 차별에 직면하는지에 관한 문제였다.

이경균 대표와 기자는 바네사에게 단일민족인 한국인의 고유한 특성과 언어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에 대한 개념(영어로 my mother, my school 등은 한국어로는 우리 어머니, 우리 학교로 번역되는 예)과 미군의 오랜 주둔 문제에 얽힌 역사적 배경과 인식 등 여러 측면에서 혼혈 아동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의 원인을 설명했다.

또한 펄벅을 방문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재단 설립을 추진 중인 하인즈 워드의 이야기와 매해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어 주기도 하는 주한 미군 사령관 등 이들을 돕는 여러 손길 역시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었다.

약 한 두 시간의 이경균 대표와의 인터뷰가 끝날 때 즈음, 한 가족이 펄벅 사무실을 찾았다. 주인공은 후원 받은 아이들용 붉은 월드컵 티셔츠를 받기 위해 펄벅재단을 찾은 마리안 민(30·Marian Min)의 가족이었다. 바네사는 인터뷰를 요청했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마리안 과의 인터뷰가 곧 이어졌다.


마리안 "혼혈은 종족의 이름이 아니에요"

마리안 민은 하늘, 은혜, 두명의 딸과 찬우라는 이름의 아들, 세 아이의 엄마였다.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동두천에서 자랐으며 지금은 세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바네사는 어렸을 때의 경험과 마리안이 인식하는 한국 사회에서의 혼혈 아동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질문했다. 하지만 마리안의 대답은 필자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마리안은 많은 사람들이 혼혈 아동들이 어렸을 때 놀림, 따돌림 등 많은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예상하나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남들과 다른 외모에 오히려 아이들이 자신을 좋아했으며, 피아노 연주가 능숙했던 탓인지 인기도 많았다고. 학창 시절은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추억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에 나온 후에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의류매장에 취직했는데 가게의 사장님이 자신에게 러시아 사람이 확실하다며, 마치 유흥가 등지에서 배운 한국어로 일하려 한다는 등 미국계 혼혈인이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아이들을 데리고 새로운 동네로 이사 왔을 때는 동네 주민들이 아이들에게 너희 엄마 어느 나라에서 시집 왔냐, 아빠는 한국 사람이냐, 엄마는 한국말 하냐 등 자신도 아닌 아이들에게 그러한 사적인 질문들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속상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마리안의 아이들은 밝고 쾌활하며, 학교에서 놀림 받는 등의 일도 전혀 없다며, 아이들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냐라는 질문에 마리안은 이렇게 대답했다.

"혼혈은 특정한 종족이 아니에요. 혼혈이라는 단어 역시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말일 뿐, 우리는 동정의 대상도 아니고, 단지 똑같은 사람이에요. 요즘 들어 언론이 혼혈 아동들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일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어요. 특별한 관심도 필요 없고, 동정도 필요 없어요. 혼혈이라고 특별히 범주화 시킬 필요도 없이 '나, 너 그리고 우리'라는 개념만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서강대학교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고 있는 4명의 학생들은 (이정석, 이성현, 유대근, 신은조) 이들의 인터뷰 스케줄을 잡는 일부터 인터뷰 과정에서의 통역, 그리고 취재 과정 중에 생기는 에피소드 등의 기사화, 다른 각도에서의 취재 등 이들의 취재활동 전반에 걸쳐 함께 하고 있다. 

News21 South Korea팀은 네티즌 여러분들의 참여도 환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보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블로그를 방문하시기 바라며, 각각의 주제로 올라온 게시물 아래에 답글의 형태로 자신의 의견을 포스트할 수도 있다. 

http://news21usmilitaryabroad.typepad.com/news21rokers/

덧붙이는 글 서강대학교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고 있는 4명의 학생들은 (이정석, 이성현, 유대근, 신은조) 이들의 인터뷰 스케줄을 잡는 일부터 인터뷰 과정에서의 통역, 그리고 취재 과정 중에 생기는 에피소드 등의 기사화, 다른 각도에서의 취재 등 이들의 취재활동 전반에 걸쳐 함께 하고 있다. 

News21 South Korea팀은 네티즌 여러분들의 참여도 환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보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블로그를 방문하시기 바라며, 각각의 주제로 올라온 게시물 아래에 답글의 형태로 자신의 의견을 포스트할 수도 있다. 

http://news21usmilitaryabroad.typepad.com/news21ro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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