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신
주변의 지인들이 물었다. "올해 네가 쓰는 칸 기사는 온통 스크린쿼터에 치중된 것 같아. 영화제 소식도 좀 전해주지 그래?"
그러나 나는 애시당초 칸 영화제를 말할 계획이 없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칸 영화제'라고 치면 끝도 없는 관련 뉴스들이 올라온다. 거기에 한 마디 보탤 생각이 없었다.
<오마이뉴스>는 종합지가 아니다. 아니라고 믿고 싶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 당시 <오마이뉴스>가 특별 취재단을 파견해 집중취재한 것은 일반 하계 올림픽이 아니라 패럴림픽이었다. 내게 올해의 칸은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했다.
수백 개의 카메라와 경쟁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말하는 것이라면 누구나가 말하도록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이다. 정작 조명이 필요한 이들이 소외될 때 <오마이뉴스>는 그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카메라가 팔레 데 페스티발의 붉은 양탄자를 비출 때, 붉은 양탄자를 밟는 턱시도와 야회복 차림의 스타들 앞에서 플래시가 터질 때, 질 자콥 조직위원장과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붉은 양탄자 위에서 왈츠를 출 때, 장쯔이와 페넬로페 크루즈가 화려한 드레스를 끌며 잠시 뒤돌아보는 모습에 모두가 열광하던 그 시간에도 한쪽에서는 다른 일도 분명 벌어지고 있었다.
넉넉하지 못한 사정에도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칸으로 날아왔으나 팔레 데 페스티발의 붉은 양탄자와는 무관했던 그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대책위'의 칸 원정단.
그들은 칸에서 멀리 떨어진 콘도에서도 방 하나를 5~6명이 나눠 썼다. 오전에는 전단을 뿌리고 저녁에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쳐 돌아온 숙소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이었다. 모두가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나비넥타이와 턱시도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