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가 서준식씨 동생이며 <나의 서양미술 순례기> <디아스포라 기행> 저자인 서경식씨.오마이뉴스 권우성
- 런던 교외에 있는 마르크스의 무덤 묘비에 새겨진 "철학자들은 세상을 이런저런 식으로 해석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는 <독일 이데올로기>의 한 구절을 책에 인용하고 있는데, 서 교수의 의중 또한 반영돼 있다고 본다. 세상을 어떻게, 무엇으로 바꾸고 싶은지.
"저는 전쟁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 빈곤이나 기아가 없는 세상, 대화를 통해 타자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세상,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이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자기표현 할 수 있는 세상, 즉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세상과는 반대의 세상을 열망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갖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는 어려운 질문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마르크스 이후의 오늘날까지의 역사는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열망의 좌절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명확한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만은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서 교수에게 있어 진정한 조국은 어떤 곳인가. 또 한국과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제게 있어 '진정한 조국'이란 앞에서 말씀드린 제가 열망하는 '세상'과 공통되는 장소를 말합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런 장소는 '한국인'이라던가 '무슨무슨인'이라고 하는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독점된 특권적인 회원클럽이 아니며, 특정 '국민'으로만 성립된 '국가'와도 다릅니다.
제게 있어 일본은 방금 말씀드린 '진정한 조국'의 이미지와 정반대의 장소입니다. 일본은 지금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변신하고 있고, 차별이 당연한 것처럼 버젓이 행해지고 있고, 빈부의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고, 타자를 존중하지 않고, 정신의 자유는 위축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한국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분단체제에 기인하는 군사문화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관해서 조금 더 정확하고 책임 있는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은 한국에서 생활해보고 나서가 좋겠지요."
- 작금 한일 간에는 일본의 우경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교과서 왜곡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대한 의견은?
"저는 일본의 우경화야말로 동아시아(나아가서는 세계)의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90년대 이후 일본은 급속하게 우경화의 길을 걸어왔는데, 이는 일본 우파세력이 힘을 길러왔다기보다 진보파나 중간적인 양심세력이 지침과 원칙을 잃어버리고 자멸해 왔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특히 60, 70년대 양심적인 시민들 대다수가 자기긍정적인 시니시즘(냉소주의)에 빠졌습니다. '뭐가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거나 '무엇을 해도 소용없어'라는 담론으로 얼버무리면서 자신의 입장을 긍정하고 기득권을 지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야스쿠니신사문제건, 교과서문제건, 그것이 문제임이 명백한데도 질질 끌고 악화시키고 있는 큰 원인은 이 마조리티의 무기력, 무관심, 이기주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형들이 분명히 서로 다른 인격
- 서승·서준식 두 형의 유명세(?) 때문에 일본에서 사는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군사정권 시절, 형들이 옥중에 있을 때 적지 않은 일본 시민들이 걱정해주고 구원 활동을 해준 것 잊지 않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형들이 일본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그 때문에 불편이나 거북함을 느낀 적이 없고 오히려 도움을 받았던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옥살이는 형들이 하고 있는 데도 사람들은 저까지 동정하고 여러 가지로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서 교수는 자신과 형들이 서로 다른 인격이라는 것을 확실히 해두고 싶다고 했다. 형들의 고생이 자신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준 것을 자각한다면서 그는 사고방식이나 감성에 있어서 다른 점도 분명히 많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 대해 언급할 때 언제나 형들과 결부되는 것에 위화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 마지막으로 서경식 교수 자신이 평생 품고 산다는 화두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말해 달라.
"이 답변은 저의 저서에 쓰여 있습니다. 여기서 간단하게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돌베개, 2006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