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많은 곳에는 돌담이 흙이 많은 곳에 토담이 있는 것이 조화로운 모습입니다.조태용
골목을 걷다 보니 작은 돌담길이 나타납니다. 구례읍내에도 보기 드문 돌담길입니다. 하나하나 돌을 쌓아 만든 담은 그것만으로도 예술적 향취가 묻어납니다. 산이 많은 구례에는 이런 돌담길이 많이 있지만 골목 전체가 돌담인 곳은 구례읍내에는 흔하지 않습니다. 돌이 많은 곳에는 돌담이, 흙이 많은 곳에 토담이 있는 것이 조화로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여기 저기 모두 콘크리트 벽이 늘어납니다.
가끔은 나무로 만든 담도 있고 특이한 재질의 담도 있지만 모두 어디에서나 가능한 표준화된 것들입니다. 표준화, 규격화는 산업화와 세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들입니다. 그래야만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규격화된 상품은 세계 어디서나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콘크리트로 만든 담은 세계 어디에서는 동일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돌로 하나하나 손으로 쌓은 담은 결코 동일하게 규격화된 제품처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저런 담 자체가 반세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른 아침이지만 이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서둘러야 할 사람이 없는지 눈 위에 발자국 하나 없습니다. 느리게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 역시 돌담이 어울립니다. 조화로운 돌담 길을 걸어 나와 산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