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대검청사에서 열린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한 직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이진욱
검찰총장의 빈 자리는 검사들의 넥타이 색깔에서만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8일, 두산그룹 비리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황희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검찰총장이 공석이어서 박용성 두산 회장의 소환일자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기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앞서 황 차장은 20일 전후로 박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황 차장의 말은 이랬다.
"박용성 회장의 소환 일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아직 검토 중이다. 검찰총장이 유고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고려하고 있다. 수사는 일선 수사팀이 하는 것이지만 재벌 총수의 소환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이 안 계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총장 없어도 대검 차장검사가 있지 않느냐'며 기자들이 의아해했지만 황 차장은 여전히 "총장이 안 계신다는 게 검사들로서는 부담이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집에서 일을 할 때도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없으면 일을 제대로 하기가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황 차장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따가운 여론이 빗발치자 황 차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날 박용성 회장의 소환 일정을 전격 발표했고, 실제 박 회장은 예정됐던 20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총장의 공석은 공식업무 뿐 아니라 내부 행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18일부터 20일까지는 검찰의 추계 체육행사 주간이었다. 그러나 하루 전날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바람에 이들은 예정된 행사를 급하게 다음 주로 미뤘다. 검찰 관계자는 "아무래도 (총장이) 나가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우리끼리 체육행사를 하면서 즐길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해들은 검찰의 한 사무직 직원은 "우리가 지금 상중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3일장은 끝났다... 차기 검찰총장은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