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이 뻗어나가는 끝자락에 하얀 등대가 우뚝선 등대섬박상건
아름다움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리라. 스스로 일구고 비바람으로 견디며 피어낸 결실의 자태다. 어쩜 백도는 백의민족의 끈질긴 혈맥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섬 절벽 곳곳에 일본인이 박은 쇠말뚝 흔적이 보였고 우리 손으로 뽑아낸 후 비바람에 씻겨 내린 녹물의 흔적이 절벽 곳곳에 배여 있었다.
그 바위틈에서 천연기념물 흑비둘기를 비롯하여 가마우지, 휘파람새, 팔색조 등 30여종의 희귀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새들은 바위 구멍마다에 집을 짓고 알을 낳는다. 그렇게 백도에 의지하여 비바람을 그으면서 산다. 새들의 먹이와 배설물은 식물의 밑거름이 되어준다. 무엇 하나 버릴 것 없고, 내가 버린 것이 남의 삶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자연의 위대한 조화를 발견한다. 우리 삶도 이렇게 서로 어깨 걸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렇다. 행복이란, 두 사람이 서로 한마음으로 집을 짓는 것이다.
백도 아랫도리에는 연평균 수온 섭씨 16.3도로 큰붉은산호, 꽃산호, 해면 등 17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한다. 물은 투명유리처럼 맑아 이런 해양식물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신비로운 백도에선 마치 지리산 깊은 산골에 들어가 도 닦거나 전통 무예를 수련하는 도장에 들어설 때 인간세계와 전혀 다른 풍경에서 오는 전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침묵의 바다에 삶의 지혜로 파도치고 희망의 등대가 되다
그만큼 망망대해에 웅장하고 기묘하게 서 있는 섬이 백도다. 실제로 거문도 어부들에 따르면 해상 기상이 좋지 않을 경우 사람들의 작은 소리까지도 크게 들려올 정도로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낸단다. 작은 돌멩이 하나 굴러 떨어져도 큰 울림이 전해질 정도로 신기루에 휩싸인 섬이라는 것. 그런 느낌을 받을 때 어부들은 서둘러 귀항하곤 하는데 포구에 도착하고 나면 영락없이 백도 주변에 풍랑이 거세게 몰아쳤다는 것이다. 그만큼 영험한 섬이 백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