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화씨 가게가 있는 인천시 연희동에 상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속옷가게 아줌마' 이은화(43)씨가 분투하는 인천시 서구 연희동. 겉보기엔 보통사람들이 사는 평범한 동네다. 이씨가 엄살을 피운 것은 아닐까.
그러나 노란 도시가스 계량기를 열어보면 평범하지만은 않다. 한 빌라의 총 8가구 중 4가구의 가스관에 가스가 끊겼음을 알리는 '주의' 딱지를 볼 수 있다. 또 여기저기 경매에 붙은 집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화요금을 못내 한국통신으로부터 전화가 끊긴 집도 쉬 찾을 수 있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 이씨 역시 거기에 속한다.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18일 오전 이씨의 동네를 찾았을 때 두 번 놀랐다. 첫 번째는 사정이 힘든 이씨가 사는 곳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중산층 동네였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씨와 같이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
오마이뉴스는 '속옷가게 아줌마'의 동네를 찾아 이곳 사람들의 어려운 삶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겉보기 멀쩡! 하지만 속은 곪아있는 서민들
"작년 여름 지나면서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잘 될 때의 50% 수준도 안 팔려요. 이걸로 생활이 전혀 안되지요. 3개월째 전화비를 안 냈더니 전화가 끊겼고요, 냉장고도 손님이 오기 시작하는 정오께나 틀기 시작하죠. 전기세라도 아껴야 하니까…"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박광수(40)씨. 그의 가게를 처음 들어서면 '슈퍼마켓 치고 썰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라면이 쌓여있어야 할 진열장에 하얀 바닥이 보인다. 여성용 생리대 역시 많지 않다. 유일하게 "매출이 별로 줄지 않았다"는 담배나 술 역시 없는 품목도 보인다.
"살면서 전화가 끊기고 전기세를 못 낸 적은 처음입니다. 생활을 유지해야 하니까 물건을 떼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없는 물건들이 늘어나는 것 같고… 동네 사람들 중 한 두 번씩 저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사실 겉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 것 같은 동네지만 속은 텅 비었죠."
박씨는 "빈집도 점점 늘어가고 심지어 경매로 내놓은 매물도 많다고 들었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가니까 장사하는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싼 데 간다. 정부는 물가를 좀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