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장근으로 염색한 명주의 현란한 빛깔(백반 매염)박도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은 더 존귀해진다
로봇이 발명되어 처음 상용될 때의 이야기다. 일본의 한 백화점에서 로봇을 백화점 어귀에 세워놓고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처음 얼마 동안은 백화점 손님이 부쩍 늘어났다. 로봇이 사람처럼 말하고 인사하는 게 무척 신기해서 고객들이 그것을 보려고 백화점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로봇을 외면했다. 로봇의 똑같은 인사말과 움직임, 그리고 무감정에 사람들은 곧 싫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백화점 측은 결국 비싸게 산 로봇을 본전도 뽑지 못하고 치웠다는 기사를 한 잡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조화를 마치 생화처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생화인줄 알았던 꽃이 조화임을 알게 되는 순간, 사람들은 속았다는 생각에 아름다움은커녕 오히려 역겨움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과학의 발달로 자연의 산물과 비슷한 인공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해도 자연의 오묘한 아름다움에는 미칠 수 없다.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는 과학 문명의 한계이리라.
염색 세계도 마찬가지다. 천연의 빛깔은 화학의 색보다 더 깊이가 있고, 색상이 은은하며, 느낌과 촉감도 좋다. 때문에 천연염색 제품과 화학염색 제품은 가격의 차이도 크다.
최근 세계 의류시장의 최고급은 천연 옷감에 천연 염색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과학 문명이 발달할수록 천연의 제품이 더 존귀해지는 한 예이다.
우리 나라도 요즘 한창 참살이(웰빙) 바람이 일고 있다. 이는 물질문명과 공해에 찌든 현대인들이 신선한 자연에서 그 돌파구를 찾으려는 친환경 생활운동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 하여 먹을 거리로 우리 토산품이 대접받듯이, 바야흐로 이제는 입을 것도 우리의 재래 옷감과 고유의 빛깔이 최고로 대우받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 재래의 옷감에 천연염색한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최고 상품으로 평가되는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이번 회에서는 지난 회에 소개한 소목 염색에 부족한 부분을 덧붙이며 아울러 호장근 염색의 진수를 보여드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