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들판의 벼지킴이들박도
“가을 하늘 공활한데….”
사흘 간 서울에서 머문 후 어제(10일) 다시 안흥으로 내려왔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애국가의 가사처럼 정말 가을 하늘이 쪽빛처럼 파랗고, 구름 한 점 없이 높으며, 볕이 좋은 날씨였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공기도 맑아지고 들판의 벼들이 황금빛으로 무르익어 고개를 숙인 논들이 더 많이 펼쳐졌다. 아내나 나나 혼자 다닐 때는 시외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둘이 함께 다니고 짐이 있을 때는 승용차로 오간다.
아내는 고속도로 통행료라도 아낄 양인지 서울나들이에는 거의 대부분 국도나 지방도를 이용했다. 고속도로와는 달리 이 길을 달리면 여유가 있어서 좋다. 날씨 좋은 날이면 차창을 열어놓고 시원한 공기를 쐬기도 하고, 앞과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차창으로 지나치는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나는 나이에 맞지 않게 여태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호기심도 많고 감탄하는 일도 많다. 내가 차를 타고 가다가 언저리 경치에 감탄하면 아내는 주차하기 좋은 곳에다 차를 세운다. 나는 카메라를 메고 나가 그 경치를 촬영하거나 농사꾼이나 마을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묻기를 잘 한다.
6번 국도를 타고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갈운리를 지나는데 벼가 무르익은 논에 허수아비 30~40개 정도가 서 있었다. 벼논 서너 자락에 이렇게나 많은 허수아비는 처음 보아서 차를 세우고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적당히 만든 게 아니라 하나 하나가 작품이었다. 참새들이 눈이 부셔서 도저히 이 부근에는 얼씬도 못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