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학원의 구부패재단이 복귀하여 교사 19명을 파면하자 한 전교조 조합원의 아들이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동해대, 동덕여대, 김포대, 세종대 등 대학법인은 물론 청부살인사건으로 재판이 진행중인 Y학원, 교비 불법전용의 D학원, 교사 부당 파면사건의 Y여고 등 중등학교 법인에 이르기까지 최근 문제가 불거진 사립학교들에서 친인척 중심 운영과 대물림은 쉽게 확인되고 있다. 족벌운영이 일부 비리사학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16대 국회 교육위원이었던 설훈 민주당 전 의원이 2002년 10월 127개 4년제 사립대와 132개 전문대학 등 총 259개 사학법인에서 제출받은 '이사장·설립자의 친인척 근무 현황'을 분석하여 발표한 보도자료는 사립대 족벌운영의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친인척이 있다고 밝힌 4년제 대학 70곳과 전문대 74곳의 평균 친인척 관계자수는 4년제 대학이 4.1명, 전문대는 4.7명 꼴이다. 이들은 주로 이사장, 이사, 총학장, 사무처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어 사립학교의 법인, 학사, 인사, 회계 등 의사결정과 집행 등 핵심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사실상 사립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있다.
자료에 의하면 대학의 법인과 학교 근무자를 합쳤을 때 4년제 사립대의 부부 관계인 자는 전체 친·인척의 8.3%, 자녀는 전체의 39.0%이며, 전문대는 13.7%와 32.7%로 부부와 자식을 모두 합치면 전체 친인척의 절반에 가까운 47.3%와 46.4%에 달한다. 즉 사립대의 이사 또는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친·인척 가운데 둘 중 한 명은 이사장 또는 설립자의 부부이거나 자녀인 것이다.
사학재단의 56.6%가 족벌체제 세습
| 대전 D전문대 친인척 근무 현황 | | 성명 | 현직 | 이사장과의 관계 | 이 ㅇㅇ | 이사장 | 본인 | 정 ㅇㅇ | 이사 | 처 | 이 ㅇㅇ | 학장 | 자(아들) | 구 ㅇㅇ | 교수 | 처 조카사위 | 이 ㅇㅇ | 교수 | 딸 | 이 ㅇㅇ | 교수 | 조카 | 이 ㅇㅇ | 교수 | 6촌 | 이 ㅇㅇ | 총무과 | 6촌 | 이 ㅇㅇ | 교수 | 조카사위 | 이 ㅇㅇ | 교수 | 사위 | 이 ㅇㅇ | 교수 | 조카 | 이 ㅇㅇ | 교수 | 조카딸 | 이 ㅇㅇ | 교수 | 조카딸 | 임 ㅇㅇ | 교수 | 며느리 | 정 ㅇㅇ | 교학처 | 처 조카 | 조 ㅇㅇ | 교수 | 며느리 | | ⓒ (2002.10.4) |
|
사립대의 높은 친인척 비율은 사립대학의 세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 사립대의 대물림 현황을 살펴보면, 건국대, 고려대, 경기대, 경희대, 동덕여대, 동아대, 명지대, 세종대, 울산대, 한양대, 상명대, 한림대 등 23개 사립대가 전 이사장 또는 설립자의 자녀 등 후손이 이사장 및 총학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 민주당 소속 교육위원이 공동으로 펴낸 자료집에 따르면, 자료를 제출한 818개 초중등 사학재단 중 대물림이 이루어진 경우가 463개로 56.6%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모재단의 경우는 집안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이사장을 역임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립학교의 세습 현상은 공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자산이 사유화되어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 전문성,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유지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어 궁극적으로는 사립학교 발전에 부정적 요소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대물림이 이루어진 동덕여대, 덕성여대, 건국대, 경기대, 세종대, 한성대 등은 회계 비리 또는 친인척간 갈등에 의한 분규 등이 발생했거나 진행중이다.
재벌의 세습 및 탈법 재산 상속에 관한 지탄 여론이 높은 가운데 교육기관인 사립학교에서 세금 한푼 없는 '대물림'은 충격적일 수 있다.
증권회사 이사회보다 덜 공익적인 사립학교 이사회
인사권, 재정권, 법규제정권 등 모든 권한이 이사회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사립학교법의 현실에서 이사회의 구성 문제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친인척에 의한 폐쇄적인 사학 운영은 민주적 절차성, 다양성, 교육의 전문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져 공교육기관으로서 존립 가치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사학재단 이사회 구성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에 못 미치는 전근대적 체제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친인척 이사 비율의 경우 일반 공익법인이 관계법률에서 5분의1 이하로 제한하는 데 반해 사립학교는 3분의 1이다. 증권회사의 경우 증권거래법 '제54조의5'에서 사외이사를 2분의 1을 두도록 의무화하고, 일정 규모에 이르는 일반 사기업체의 경우 이를 권장사항으로 하고 있다.
일단 제도로 비교해 보았을 때 자기 자본 투자 없이 국가 지원금과 등록금에 의존해 재정을 충당하는 공교육기관인 사립학교가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체나 공익법인보다 운영주체 구성의 다양성, 민주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사학재단, 자신이 만든 윤리강령 지켜야
사립학교 법인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한국사립학교법인연합회의 '사학윤리강령'(사단법인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제20회 사학 연수회 자료집 속표지, 1991)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사학을 위하여 제공된 재산은 국가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유물 같이 다루어져서는 아니 된다."
현재 우리나라 사립학교의 교육분담률은 중고등학교의 경우 약 40%, 대학은 약 87%이다. 학교 재정의 거의 대부분은 학생 등록금과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지원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사립학교가 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족벌운영'과 '세습'으로 지탄받는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 그러나 사립재단연합회는 공익이사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사립재단 스스로 공정성과 민주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정부와 국회가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처는 이사, 아들은 학장, 딸·조카·며느리는 교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