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서울 Y재단에서 교사들이 예결산 서류 공개를 요구하는 교문 앞 천막농성을 진행최홍락
전교조 대구지부가 조합원이 있는 55개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하여 올해 발표한 '대구사립학교실태백서'에 따르면, 예결산을 공개하지 않는 학교가 39개교(72.7%), 공개하는 학교가 16개교(29.1%)로, 비공개 학교가 절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결산을 공개하는 학교의 경우에도 총액만 공개하는 학교 3개교(5.5%), 항목까지만 공개하는 학교 8개교(14.5%)로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하는 시늉만 하는 학교가 전체 조사대상 학교의 94.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 결과는 투명한 학교운영을 요구하는 전교조 소속 교사가 있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전교조 소속 교사가 없는 25개 학교를 합칠 경우 예결산을 제대로 공개하는 학교는 10% 내외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예결산의 심의 의결권은 이사회가, 편성권은 학교장이 갖는다. 하지만 그 이전에 거쳐야 할 것이 예결산위원회의 자문이다.
그런데 위 실태백서에서 52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예결산자문위원회가 '없다'와 '있는지 모른다'는 학교가 27개교(52%), 예결산자문위원을 교장이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학교가 15개교(28.8%), 교사가 선출하는 학교는 2개교(3.8%)에 불과하다. 9개 학교에는 학교장의 자문 기구에 학교장 자신이 들어가 있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허수아비처럼 도장만 찍어주는 이사회 감사 제도
그렇다면 예결산 심의의결권을 가진 이사회의 감사의 역할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는 학교법인에 1인 이상의 감사를 두고 법인과 학교의 재산현황과 회계를 감사하고 그 운영과 업무에 부정 또는 불비한 점을 이사회와 관할청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내부 감사가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이사회를 소집한 경우는 전무하다. 이사장이 임명한 감사는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할 서류에 도장만 찍는 것이다.
설훈 전 국회의원이 2002년도에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01년 상반기까지 전국 7개 시교육청 산하 313개 학교법인 소속 613명의 감사는 전체 1321번의 감사를 실시했지만 단 한 건이라도 문제를 지적한 경우는 30건으로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적사항을 포함한 감사보고서가 1페이지를 넘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상태가 이러하다보니 웬만한 사립학교치고 불법전용, 횡령 등의 재정비리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2000년 전국 905개의 감사대상 사립학교 100%가 재정비리로 지적을 받았다는 통계자료는 사립학교 이사회의 감사제도가 허수아비임을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이다.
초등학생 반장 선거만도 못한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