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연구> 창간호 표지 사진
소치(小癡) 허련(許鍊, 1808-1893)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조선시대 남종문인화의 대가이며, 오원 장승업과 함께 조선 말기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추사 김정희가 “압록강 동쪽에는 이만한 그림이 없다”고 극찬했던 화가가 소치였다. 이 허련의 작가상과 작품세계를 탐구하는 소치연구회(회장 홍선표)가 최근 창간호 <소치연구>를 학고재에서 펴냈다.
그동안 전통문화의 연구가 각 분야를 나누어 해온데서 폐해가 많았다고 보는 '소치연구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공자와 감상자는 물론 애호가들까지 회원으로 참여시켜 다각도의 연구를 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소치연구> 창간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글은 소치연구회 회원이며, 고서연구가인 김영복씨가 쓴 ‘<예림갑을록(藝林甲乙錄)> 해제와 국역’이다.
헌종 15년(1849) 기유(己酉) 여름에 고람(古籃) 전기(田琦), 소치(小癡) 허련(許鍊) 등 추사의 젊은 제자 14명은 스승과 매우 중요한 의미의 만남을 가졌다. 7차례 모임을 열어 각자의 글씨와 그림을 정성껏 쓰고 그린 뒤, 추사에게 평을 받은 것이다.
중인 예술가들과 당대 대학자가 신분 벽을 헐고, 한 자리에서 아름다운 품평 마당을 벌렸고, 이 자리에 참석했던 제자들이 추사의 애정 어린 평가에 고마워 하며, 뒷날 남긴 품평집이 <예림갑을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