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다운타운의 한 거리, 많은 사람들이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김태엽
지난 4월 한달 동안 캐나다 토론토 현지 언론과 외신 언론들은 사스의 공포감에 몇배나 되는 미디어의 공포를 보여주었다. 언론은 WHO의 여행자제권고를 전후해 마스크를 쓴 CN타워 그림을 보여주며 토론토에 사스가 만연이라도 한 듯 소란을 피워댔다. 미디어가 증폭한 전염병의 공포와 두려움은 실로 무서운 대량살상 무기가 되어 토론토 시민의 생활에 타격을 주었다.
사스 사태가 초기이던 4월 초 토론토의 대표적 대중 교통 수단인 TTC의 운전 기사들이 감염을 우려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회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거기에 더해 온타리오 지역의 각 카지노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고객들의 출입을 불안 및 위화감 조성의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초기 대응에도 불구하고 4월 중순 사망자 숫자가 10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4월 중순에는 기차편으로 출퇴근하던 한 간호사가 감염자로 확인돼 출퇴근 당시 근처 좌석을 이용했던 승객들을 찾기 위해 공중파 방송국들이 하루종일 승객찾기 방송을 내보내며 호들갑을 떨었고, 외신들은 의료계 종사자들과 중국계 학교의 마스크 착용 사진에 덧붙인 기사에서 토론토의 모든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양 보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경우로 한 가톨릭 신자가 병원을 찾아가 사스 증세를 호소했으나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고 귀가한 후 다시 감염 환자로 확인되고 같은 교회 신자 30여 명 역시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 토론토 보건 당국이 급하게 교회 신자 500여 명에 대해 격리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 보도와 함께 교회와 성당 등에서 장갑을 끼고 예배를 드리는 장면들이 연이어 기사화되고 사스 사태는 두려움의 먹구름으로 토론토를 뒤덮게 되었다.
매일매일 주요 뉴스는 오늘 몇명이 사망했는지, 몇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했는지였으며, 많은 사람들이 토론토 곳곳에 있는 중국 타운과 쇼핑몰들을 꺼리기 시작했다. 엘튼 존과 빌리 조엘의 공연이 취소되고 많은 극장들이 평소의 관객 수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기 시작했고 야구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은 사스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WHO의 여행자제권고지역 포함과 철회
그리고 4월 23일 WHO가 토론토를 여행자제권고 지역으로 발표한 후 한국 언론들은 잇따라 토론토 여행금지지역 선포, 여행금지령 발동 등 조금은 다른 해석이 가능한 단어들로 제목을 뽑기도 했다.
캐나다 당국은 WHO에 대해 "무책임한 과잉반응이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박하고, 즉각적인 재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발표 후 며칠간 WHO측은 이를 거부했으며, 4월 27일이 되어서야 선별된 기준 아래 재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후 30일 토론토에 대한 여행자제령을 해제했다.
WHO 사무총장은 해제 이유로 ▲사스추정 환자 수의 감소 ▲집단감염 사례가 20일 이상 발생하지 않음 ▲토론토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덧붙인 말처럼 여행자제권고안이 철회된 것이지 토론토가 사스 감염 위험지역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WHO의 여행자제권고안 발표와 철회를 통해 토론토는 사스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급속한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경제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피해가 속속 집계되기는 했지만, 사태를 이쯤에서라도 진정시켜 천만다행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4월 동안 미국 등에서 오는 봄 성수기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공연, 관광 시설의 타격과 잇따른 국제행사의 취소로 인한 숙박 업소들의 불안, 그리고 소비심리 위축은 캐나다 전체 GDP의 약 20%에 이르는 토론토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충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