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채윤일한상언
- 살인 장면과 같은 충격적인 장면은 직접 보여주지는 않는데?
이 작품을 잔혹 엽기로 가려면 갈 수도 있는데 죽이는 장면은 안보여 주기로 했다. 그럴 필요가 없더라. 관객들이 상상하게 만들었다.
살인하는 장면을 왜 세 명의 극작가가 안보여 주었을까 곰곰이 연구해 봤는데 이 분들이 정치가인데 그런 장면을 보여주면 소위 권총 한방 쏴서 죽였던 시절에 다연발로 그냥 갈기게 될까하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 대신 죽은 시체는 보여줬다.
애초 이번 공연에서 목욕탕에 아가맴논과 카산드라가 목욕하는데 클리테메스트라가 도끼로 내려치는 장면을 연습했다. 그런데 장소가 협소해서 취소했다. 대신 카산드라와 클리테메스트라의 가슴은 노출시켰다. 유명한 씬이다. 외국의 연극책에는 많이 소개되어 있는 장면이다. 아들이 칼 들이대자 엄마가 '날 봐라, 네가 이 젖에다 침을 묻혔다. 이것을 먹고 네가 크지 않았느냐. 네가 날 어떻게 죽일 수 있느냐'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스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이다.
7, 8월에 알베르트 카뮈의 <칼리굴라>를 하려고 한다. <칼리굴라>는 나체연극이라고 해서 벼르고 있는 작품이다. 여자들을 많이 노출시키고 남자들도 성기 노출을 많이 할 것이다. 의도적인 2003년 판 문화사적 사건을 하나 만들려고 벼르고 있다.
말콤 멕도웰이 주연한 영화 <칼리굴라>가 있다. 포르노그라피성 영화이다. 그것 한 번 보면 알겠지만 <칼리굴라>라는 인물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하게 했다. 100쌍이 동시에 혼음하는 장면도 있다. 키노드라마 비슷하게 해서 그 영화를 적당히 틀면서 연극하면서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고민 하고있다.
- 엔딩을 수정한다고 하셨는데,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스는 신들이 오레스테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난다. 이 작품의 엔딩은 그것과 다르다.
마녀(복수의 여신)들 심판 받는 것이 있다. 오레스테스가 미쳐서 심판 받으러 가는데 나는 이 부분이 필요 없다고 본다. 당연히 무죄를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엘렉트라 중심으로 갔다. 가장 현대적인 여성인 것 같다.
아버지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엄마를 증오하는 여자의 정상의 범주를 뛰어넘는 심리를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정신분석학 용어로 사용한다. 대다수의 여자들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엘렉트라는 확실히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것 같다. 엘렉트라와 같은 딸이 있다면 엄마들 어떻게 바람을 피우겠는가. 무서워서. 그렇지 않는가?
아르테미스 여신의 신탁을 받아서 아버지 아가맴논이 언니를 죽이고 트로이로 간다. 언니를 죽이는 아버지에 대한 것은 엘렉트라가 못 느끼는 것 같다. 프로이드가 학설을 제시하고 융이라는 사람이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명칭을 만들었다는 것을 보면 분명 정상의 범주에서는 벗어나는 것 같다.
정상의 범주에 벗어나면 정신병원에 가봐야 된다. 초대 용인정신병원 원장하시던 김유강 박사라고 계시다. 사이코 드라마를 우리 나라에서 처음 하셨던 분이다. 술을 한시간 반을 같이 마셨는데 나보고 자기네 병원에 한번 와야겠다고 하더라. 그럼 '내가 정신병자인가보죠' 했더니 현대인은 누구나 그런게 조금씩은 있다고 그러더라.
- 엔딩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엘렉트라가 오이디푸스처럼 자기 눈을 찌르는 식으로 연습을 한번 해봤다. 안보면 되는 것이다. 동생을 부추겨 엄마를 죽이게 했다. 칼로 엄마의 젖가슴을 찌른 것은 동생이다. 동생은 죄책감에 시달려 미쳐간다. 미쳐 가는 남동생을 보고 있는 것이 괴로우니까 눈을 찌르자. 그래서 눈알을 빼서 손으로 쥐어짜자. 그래서 눈알도 사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다. 그러면 오이디푸스 표절이 된다고. 오이디푸스 표절이라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면 코러스한테 기댈 수밖에 없다.
- 공연시간이 꽤 길다?
사실은 이피게니아 언니 죽는 것까지 연습을 했는데 달아 맬 데도 없고 그래서 앞은 자르자 그랬는데도 1시간 55분을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은 벽에 기대서 보라고 한다. 벽에 기대지 않으면 의자 등받이가 낮아서 40분 지나면 나이 드신 분들은 버티기 힘들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