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들이 화합과 평화를 염원하며 명상을 하고 있다정토회
무지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학살당한 사람이나 학살한 사람이나 모두 어리석어서 생긴 일이다. 나만을 생각하고 내 생각만이 옳다고 행한 일이다. 그때는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참회합니다.
영가시여 빈손으로 오셨듯이 가실때도 빈손으로... 억울하다는 한생각을 돌이키면 억울할 것도 없고... 공한 도리를 아시옵고... 왕생극락하옵소서... 맘속으로 자꾸 되뇌인다. 저희들이 풀어가겠습니다. 인류가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2년 11월 20일 오후 2시, 통일민들레 전국순례 넷째날, 대구지역 캠페인 날이다.
정토행자 90여명이 두시가 동안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앞에서 캠페인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백화점 앞 사거리다. '마음의 평화와 한반도의 평화는 둘이 아니다.'가 오늘의 주제다.
대구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캠페인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떤 여운이 남을까. 유골더미를 보고 온 뒤에 진행되는 캠페인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참회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참회에 대한 공유가 가능할까.
풍물이 신명나게 길을 열었다. '부산에서 시작한 이번 캠페인은 울산과 마산 등 남도의 통일열기를 모아서 대구까지 왔습니다.' 정토대구법당 전병득총무님의 인사말이 끝난 뒤 두줄로 늘어서 거리행진을 한다. '통일의 나무되어 평화의 숲이 되어. 나의 평화 세계의 평화, 한반도에는 더 이상 전쟁이 없어야 됩니다.' 여러 가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한다. 재미나게 풍물로 놀이같이 시작한 것처럼 신나게 같이해 보자고 거리행진을 한다.
거리행진 후 오늘은 참회의 날로 참회의 절을 한다. 네방향으로 시민들을 바라보며 절을 한다. 한배한배 절을 할 때마다 쌓였던 민족의 한이 풀어지기를, 아픔과 고통이 사라지기를, 과거에 우리가 저지른 어리석음을 반성하는 시간이다.
'등안시하고 모른척하고 남탓만 한 것을 참회합니다. 통일되지 않은 것이 남북의 정치인 탓이라 했습니다. 참회합니다. 경제가 어려운 것도 기업주들의 폭리 때문이라고 탓했습니다. 사회가 불안정한 것도 모두 남탓이라 했습니다. 참회합니다. 모든 것이 내탓입니다. 나 먼저 참회합니다.' 천천히 한배한배 참회의 절을 한다. 어리석었음을 온 몸으로 진참회를 한다.
참회와 거리명상 후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모금활동을 한다. 김옥자(42세)님은 대구에 사는 정토행자로 모금활동을 하기 전에는 내 일 남의 일이 구분 되었고, 가족만 생각하던 것에서 1년 동안 모금활동을 하다보니 주어지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게 되었고, 나와 가족, 법당일이 전체로 보이게 되었다며 당당하게 말한다.
또한 조옥분(45세)님은 옛날에는 북한사람과 통일한다는 것이 싫었는데 모금을 하다보니 하나가 되는 것이 너무 좋은 것이라고 느껴졌단다. 사람들하고 대화가 엇갈릴 때 상대방의 마음이 되어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단다. 이것이 통일이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해서 남탓으로 돌렸던 것을 떠올려 오늘 참회했다고 한다. 보기 흐뭇한 광경이다.
이렇게 통일은 나로부터 되어가고 있다. 전국에서 하나 둘씩 통일의 씨앗, 평화의 씨앗, 통일민들레가 피어나고 있다. 참회는 통일로 나가는 지름길인 것 같다.
대구지역에서 진행된 넷째날 거리캠페인이 풍물과 어우러져 왁자지껄하게 막을 내린다. 모두 흥에 겨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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