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이희훈
"아마 나였으면 말이에요. (박근혜) 대통령에게 '(야당) 한번 다녀오세요'라고 했을 거야. 아니면 내가 모시고 (야당을) 찾아갔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국민들 지지가 엄청 올랐을텐데."그는 걸음을 재촉하며 답했다. 기자가 '원장께서 대통령 옆에 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 건가'라고 물은 것에 대한 답이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교수).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실제 옛 한나라당 시절 박 대통령의 경제자문을 했고, 현 정부 출범 때도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출범 초 기획재정부 장관 등 내각 1순위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입각 이야기만 나오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과거에도 그랬다. 김 원장은 기자와 지난 2013년초 만났을 때도 "대통령을 도울 순 있지만, 입각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 정부 임기 3년차.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꼬꾸라졌다. 정권 초기 70%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다른 역대 정권보다 하락세가 더욱 또렷하고, 가파르다. 김 원장의 걱정도 거기에 있었다. 그와 지난 2월 26일 서울 마포의 미래연구원에서 마주 앉았다. 사무실에서의 대화는 인근 쭈구미 식당으로까지 이어졌다.
"구조개혁 이미 늦어... 대통령 지지율이 50%는 돼야"- 청와대서 오후에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을 발표하는데요. 현명관 마사회장이 거론되네요(이날 오전부터 모 일간지에선 현 회장을 신임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내보내고 있었다)."(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네. 그렇지 않아도 현 회장은 내가 잘 아는데...(수화기를 들며, 곧장 전화를 걸고, 곧장 내려놓는다) 계속해서 통화 중이네."
- 만약 현 회장이 비서실장이 되면, 인사혁신처장에 이어 삼성맨들이 중용되는 것 같은데.
"그래요. 나는 현 회장의 인품이나 능력을 믿지만, 아마 다른 쪽(야당)에선 특정 재벌 사람을 중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거예요. 그게 부담이 될 수는 있겠지. 쉽지 않을 거예요."
김 원장은 다시 현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통화 연결이 됐다. 기자가 보는 앞에서 김 원장은 편하게 현 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현 회장은) 비서실장 내정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아마 현 회장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그의 이야기대로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병기 국정원장으로 발표됐다.
- 지난 연말부터 대통령 주변 인물들로 여러 말들이 많았는데요. 지지율도 그렇고요.
"(목소리에 힘을 주며) 정말 국가가 잘돼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에게 힘도 실어주고, 지지도 해주고..., 아쉽지요.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 올라갔으면 해. 적어도 50%는 돼야죠. 그래야 제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예요."
- 소통 문제가 꾸준히 나왔는데. 원장께서 만약 대통령 옆에 계셨으면.
"(웃으면서) 난 아마 직언을 했을 거예요. 실제로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 여러 공약이나 정책 등 국회, 야당 등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잖아요. 저기 새정치연합 대표 집에 찾아가서 설득도 하고…."
"정부, 자칫 잘못하면 양치기 소년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