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 '먹고가게' 사회적협동조합 매점에서 학생들이 쉬는시간을 이용해 빵과 음료를 사고 있다.
유성호
1일 오전 9시 20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에 2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뒤늦게 한 학생이 매점으로 들어왔다. 이 학생이 "빵 하나만 주세요"라고 하자, 매니저 심수진(46)씨는 "안 돼, 얼른 수업에 들어가야지"라고 답했다. 학생의 통사정에도 심씨는 단호했다.
이 학교 학부모이기도 한 심씨는 "학생들은 '매점이 왜 안 팔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하지만 매점을 이용하기 위해 수업에 늦으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매점 한 쪽에는 과자도 비치해놓았지만, 학생들은 살 수 없다. 김씨는 "오전에는 과자를 팔지 않는다, 엄마 입장에서 배고픈 아이들이 아침에 과자로 배를 채우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각산고에는 '먹고가게'라는 이름이 붙은 특별한 매점이 있다. 먹거리를 무조건 많이 팔려고 하지 않는다. 질이 낮지만 싸면서도 자극적인 맛으로 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빵이나 과자도 없다. 누가 학교 매점을 이렇게 운영하는 걸까. 바로 학생들이 주축이 된 삼각산고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11명의 조합 이사 중 5명이 학생이다. 매점 이름도, 인테리어도 학생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매점에 들이는 먹거리를 정할 때도 학생들이 참여한다.
모든 수업이 끝난 오후 3시 10분. 한 교실에 출자금 1만 원(1계좌당)을 내고 조합에 가입한 신입생 30여 명이 모였다. 학생 대표이자 이사인 3학년 민하정(18)양이 신입생들에게 "1학년 학생 이사 3명을 추가로 뽑으려고 한다"고 하자, 8명이 교실 앞으로 나왔다. 조합 이사인 정미숙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며 책임감을 강조했지만, 학생들은 "열심히 하겠다"고 외쳤다.
이사 후보가 된 김은서(16)양은 "질 좋은 먹거리를 파는 매점이 맘에 든다, 앞으로 학생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는 매점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면서 "조합 활동 시간과 학원에 가야 할 시간이 겹치면 학원을 그만두겠다, 공부만 하는 것보다 이러한 활동이 훨씬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특별한 매점이 더욱 궁금해졌다.
"잡빵 말고 몸에 좋은 빵을 팔았으면..." 학생의 생각이 현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