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원 주고 사먹은 비빔밥. 된 밥이라 씹어먹기가 쉽지 않았다.
변창기
공업계 생산직에서 일할 땐 점심 걱정은 하지 않고 다녔다. 식당이 있어 점심 때가 되면 찾아가 떠주는 밥을 먹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말이다. 새벽 시장을 통해 팔려가 일당을 받고 일하는 건설 현장에서도 점심 밥 걱정은 없었다. 오전 10시경 참으로 빵과 음료를 주었고, 12시가 되면 점심 밥을 같이 식당에 가서 먹었다. 오후 4시경이면 다시 참이 나왔다.
초등학교 일용직 일을 했을 때도 점심 걱정이 없었다. 학교 식당에서 친환경 식품으로 정성스레 조리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1년을 5일 앞두고 할만하니 "그만 나오라"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둔 후 지인의 소개로 아파트 경비를 임시직으로 다니고 있다. 3조 2교대 근무를 서는데, 한 조에 3명씩 근무조로 짜여져 있었다. 1명은 조장이고 2명은 각자 초소에서 근무를 선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나는 딱히 손기술이 없어 기술을 요하는 생산직 일자린 구할 수 없다. 단순 노무직이 맞는데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대기업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엔 사내 하청업체도 취직이 안 된다. 두 대기업 취직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현대중공업엔 두세 차례 이 업체 저 업체에 취업하면서 겪고 느낀 점을 <오마이뉴스>에 올린 적이 있는 데다 한 업체는 부당성이 있어 보여 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은 일도 있었다. 그 후부터 다른 업체에 서류를 넣어도 출입증이 발급되지 않아 취업을 포기한 상태다. 중공업 정규직에 다니는 아는 분을 통해 알아보니 소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있어 평생 중공업엔 취업하기 힘들 거라 하였다.
현대자동차 사내 업체에도 취업을 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지난 2000년 7월 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우연히 들어가 일하게 되었다. 다니다 보니 원·하청간 임금격차도 많고 인간차별도 심하다는 것을 몸소 겪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04년 말 노동부에서 현대차 울산공장 101개 업체 모두 불법파견 업체로 판정 내리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여 노조를 만들었고 그때부터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본격화 되었다. 나도 정규직이 되고 싶어서 노조활동에 가담했다.
열심히 5년 동안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했지만 정규직 사원증을 받기도 전에 2010년 3월 중순경 정리해고를 당해 버리고 말았다. 2009년 말 업체장이 바뀌면서 "노조 탈퇴 않으면 글로계약 안 맺겠다"고 소장이 말하기에 계속 일을 다니려고 노조를 탈퇴했었다. 원청 현대차에서 공장 합리화 공사를 이유로 그 공장에 다니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모두 정리해고 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때 그냥 노조 탈퇴 하지말고 버텨 볼 걸' 하는 후회도 많이 했었다.
그 후 나는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 취업할 수 없게 되었다. 하다 못해 외주 업체에 채용직전까지 갔으나 원청인 현대차의 방해로 취업 취소가 된 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