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주최 제3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전국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9일 오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사파리를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권우성
아이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처음으로 향한 곳은 '사파리 월드'였다. 기자가 "어흥" 소리를 내며 호랑이를 보러 갈 거라고 하자 아이들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진짜 살아있는 호랑이예요? 죽어 있는 거 아니에요?" "에이 호랑이 안 와요"라며 기자의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다.
아이들은 호랑이 모양의 열차 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동물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진짜 살아 있는 호랑이를 보는 건지 의심하던 아이들은 "호랑이야 일어나봐" "백호야 안녕?" "내가 메롱 했더니 호랑이도 메롱했어요"라며 연신 즐거워했다.
회전목마를 비롯한 여러 가지 놀이기구를 함께 타며 아이들은 더욱 친해지는 듯 보였다. 덕섭(경기 포천 강포초등학교)이는 회전목마의 안전벨트를 풀지 못하는 오경이를 도와주는 예쁜 모습도 보였다.
에버랜드에 도착했을 때부터 손을 잡고 있었던 연진이와 안나, 소희는 이때까지도 떨어질 줄을 몰랐다. 서정이와 수아와 지수 그리고 산하와 석진이도 마찬가지였다.
'꽉 잡은 두 손을 놓지 않았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이들에게는 예외인 듯 보였다. 아이들은 서로 '꽉 잡은 두 손을 놓지 않은 채' 서로의 기억 속에 파고들고 있었다.
아이만큼 부모도 즐거운 '나홀로입학식'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님들은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북 군산에 있는 어청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민환이는 학교 현장학습을 뒤로 하고 이곳으로 왔다. 민환이 엄마 김아영씨는 "학교 행사와 겹쳐서 망설였는데 오길 잘한 것 같다"며 "또래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에서 온 산하(죽장초등학교 상옥분교) 아빠 이용일씨는 "만날 2학년 형, 누나들과 지내는 아이가 '이제 야야 소리 좀 할 수 있겠네'라고 하더라"며 "친구들 만나 노는 것을 너무 즐거워한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손자 오경(물야초등학교 개단분교)이를 데리고 경북 봉화에서 온 김금규 할머니는, 아이들을 좇아 넓은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는 게 힘겨웠을 텐데도 힘든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정신 장애를 지닌 오경이의 엄마 아빠를 대신해 거의 손자를 키우다시피 하고 있는 김 할머니는 "오경이가 친구하고 놀다가 할머니 찾을지 모르니 따라 댕기겠다"며 잠시 앉아서 쉬시라는 기자의 권유를 뿌리쳤다.
이 밖에도, 동행한 엄마들은 유독 아이들의 키 얘기를 많이 했다. 물론 "왜 이렇게 커, 쟤는?" "바다는 3학년 같아" 등 미취학 및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많이들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일상적인 말을 나홀로 1학년 학생 어머니들의 입을 통해 들으니 그 의미가 남달랐다. 자녀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보기 힘든 어머니들에게는 오늘의 만남이 아이들의 발육 상태를 점검해보는 기회였을 테다.
또래 친구 만난 즐거움에 잠못 이뤄... 매일 이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