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이와 성현이가 선생님께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서유진
하지만 아무리 학교 수업이 좋아도 도시의 사교육을 따라잡기는 힘든 게 엄연한 현실이다. 김 선생님은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순창 읍내와 비교해 봐도 이곳 아이들의 학업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젊은이 없는 농촌, 연진이 엄마도 '나홀로 34살' 오후 4시 30분, 기자는 연진이와 함께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3km 가량 떨어진 연진이의 집으로 향했다. 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니는 연진이의 남동생 연옥이(5)도 함께 였다. 이때쯤 되자 연진이의 수줍음도 조금은 사라졌다. 옆에서 연신 재잘거리더니, 버스에서 내릴 때쯤엔 먼저 손을 잡아왔다.
연진이의 어머니 유수희(34)씨는 막내 영선이(3)를 업은 채 마당으로 나와 반갑게 기자를 맞아주었다.
연진이의 부모님은 요즘 시골에서 찾아보기 힘든 젊은 부부다. 아버지 서성국(39)씨는 이 마을에서 자랐다. 연진이 어머니의 고향도 가까운 임실이다. 이들은 2000년에 가정을 꾸린 후 서씨가 자란 집에서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서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일용직 일을 하다 올해부터는 농사일을 시작하게 됐다.
연진 엄마 유씨도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는 또래 친구가 없다. 동네 이웃은 대부분 '형님'들. 요즘에는 필리핀 등지에서 온 외국인 아내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들은 나이가 한참 어린 동생들이다.
유씨는 그래도 농촌 생활이 좋다고 말했다. 공기 좋고, 인심 후하고, 아이들에게 체험학습 따로 시킬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도 유씨는 딸아이의 학교 교육을 만족스럽게 여겼다. 교육열 높은 선생님 밑에서 맞춤식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의 학교가 도시의 학교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게 유씨의 생각이다.
"연진이 또래 딱 한명만 전학왔으면..."하지만 역시, 연진이의 단짝 친구가 되어줄 또래가 하나도 없다는 데 대한 아쉬움은 컸다.
"연진이 주위에는 동생밖에 없어요. 집에 와도 동생들만 있고, 동네에서 노는 애도 동생, 같이 공부하는 성현이도 동생이고요. 유치원 때부터 동생들이랑만 노는 거에 애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좀 받는 것 같아요. 요즘엔 부쩍 언니들하고 어울리고 싶어 해요."(연진이 어머니 유수희씨) 일을 마치고 귀가한 아버지 역시 딸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초등학교에서는 걱정할 것이 없어요. 기초를 다지기에 이만큼 좋은 환경도 없지요. 문제는 중학교에 가고 나서예요. 순창 읍내에 있는 중학교에 가면 다른 애들은 끼리끼리 다 알고 있을 건데 연진이만 아는 애가 없잖아요. 연진이가 좀 내성적인 것 같은데 혹시 중학교 가서 적응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습니다."(연진이 아버지 서성국씨)서씨는 또 "연진이가 자꾸 말수가 줄어드는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그만큼 애가 외롭다는 얘기 같다"며 안쓰러움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