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더불어함께 입학식에 참가한 박소희양이 김순래 일일교장선생님으로부터 기념 선물을 받고 있다.
서유진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앞다리가 쏘옥..."오후 5시쯤 열린 '더불어 함께 입학식'의 축가는 아이들 스스로가 불렀다. 30여 명의 아이들이 앞으로 나가 함께 노래를 부른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을 거다. '올챙이송'이 생뚱맞게 축가로 선정된 이유는, 모든 아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알고 있는 유일한 곡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입학식은 이번 행사에서 놀이 공원에 가거나 공연을 보는 것만큼 아이들의 관심이 큰 행사는 아니었다. "에버랜드 언제 가냐"고 물은 학생들은 많았지만, "입학식 언제 하냐"고 물은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입학식 언제 하는 줄 아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게 뭔데요?"하는 아이는 있었다. 1학년들이 입학식이 뭔 줄이나 알겠나 말이다.
하지만 막상 입학식이 시작되고 선물 보따리를 받게 되자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기색이 역력했다. 의자에 앉을 때도 이 보따리를 땅바닥에 내려놓는 아이는 드물었다. 모두가 하얀 봉투를 꼭 끌어안고 있는 풍경은 진풍경이었다.
이날의 일일 교장 선생님은 강화여자중학교 김순례 선생님이었다. 김 선생님은 "올해가 유엔이 정한 생물종 다양성의 해다. 여러분들도 시골에서 왔겠지만 강화야말로 정말 생태 다양성이 뛰어난 곳이다. 나중에 친구들과 갯벌체험을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축사를 해주었다. 아이들 하나하나는 각기 교장 선생님의 손을 잡고 축하와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
입학식 의미 아직 모르지만 언젠가는...이때도 아이들은 '더불어함께 입학식'의 의미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입학식이고 뭐고 사실은 친구들과 노느라 바빴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오히려 사진 찍느라 바쁜 부모님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입학식이 아니었을까. 친구들과 함께하는 입학식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해 둘 몫은 아직 부모님에게 있다. 부모님들이 보관해둔 사진은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 날이 온다.
비록 지금 당장은 아이들에게 오늘의 입학식이 '선생님한테 선물 꾸러미 받았던 날'로만 여겨진다 하더라도, 시일이 흘러 아이들이 앨범을 들쳐볼 때가 되면 '더불어함께 입학식'에 대한 기억은 남다른 추억으로 떠오를 테다. 특히 오늘 생일을 맞은 안나(지도초등학교 어의분교)에게는 두 배의 의미가 담긴 입학식이 될지도. 2박 3일간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사진은 책 형태의 앨범으로 제작돼 캠프가 끝난 후 아이들의 집으로 배달될 예정이다. 개인형 포토북 제작사이트 '스탑북'이 이를 후원한다.
입학식을 끝낸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에 모여 캠프파이어를 하며 더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영주(전북 정읍 도학초등학교)는 장기자랑을 위해 준비해온 오카리나 공연을 펼쳤고, 뒤이어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손을 들고 나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이 우리의 '나홀로'들을 '더불어 함께'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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