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키다가 쓴 <생각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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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키다의 <생각의 오류>는 19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들 강독회'가 선택한 마지막 책이었다. 행동 및 의사결정과정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사고형성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구조적 결함을 낱낱이 파헤쳤다.
'생각의 오류'라는 제목 앞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사람이 생각의 오류를 저지르는 이유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의 성향은 이렇다. 1)통계수치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하고 2)자신의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들에만 집중하며 3)운과 우연의 일치가 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4)세계를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5)지나치게 단순화하고 6)사실 그대로를 완전히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의 인지구조 속에 이미 이런 오류의 위험성이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노 대통령, 언론 때문에 이 책 읽었다"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이유로 이 책을 읽었던 걸까. 이날 강연을 맡은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따르면, 이 책은 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추천받고 읽은 책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가 일간지 서평을 읽은 후 비서진에게 함께 읽자고 권유한 책이라고 한다.
윤 전 수석은 이 책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을 이렇게 풀이했다.
"대통령님은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한 회의론적 관심에서 이 책을 선택하셨다. 특히 보수언론의 근거 없는 보도에, 왜 배울 만큼 배우고 사회적 덕망이 높은 분들마저도 쉽게 빠져드는가 궁금해 하셨다. 이 책을 읽으신 후에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현실에 천착한, 이 분야에 대한 언론학적 성과물을 찾아보라 지시하기도 하셨다."노 전 대통령 재임 시 보수 언론들은 대통령의 말 중에서 가장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말만 골라 1면 제목으로 뽑기 일쑤였다. 이에 대한 노 대통령의 항변은 한결같았다. 자극적인 수사를 내세워 자신이 한 말의 전체 맥락과 본질을 흐리지 말아 달라고. 언론의 보도를 한번쯤 뒤집어서 봐 주지 않는 국민들이 야속하기도 했으리라.
윤 전 수석은 "오디오, 비디오는 상대적으로 왜곡이 덜해 대통령님은 방송 출연을 선호하셨다"며 "자주 춘추관에 가셨던 이유도 자신의 연설이 생중계가 되면 국민들이 진심을 알아줄 거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윤 전 수석은 "사실 방송도 편집은 한다"며 "과거에 노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통령 짓 해먹기 어렵다'는 말은 그 부분만 떼놓고 보면 생뚱맞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편집 당하지 않으려고 대통령님께 '첫째, 둘째, 셋째..' 등 넘버링을 하라는 등 연설 요령을 가르쳐드린 적도 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생각의 오류>는 '노무현이 읽은 책들' 강독회에서 다룬 다른 책들 - <미래를 말하다><빈곤의 종말><유러피언 드림> 등 - 과 달리 사회 현안과 직접 관련이 거의 없다. 그래서 책 리스트가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보수 언론과의 격렬한 갈등관계를 생각해 볼 때, 그 의미가 결코 작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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