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이들이 멱을 감으며 다슬기도 잡고, 어른들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김종성
등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의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를 타고 청와대 앞 길을 지나 북악산 스카이웨이길로 진입합니다. 날씨가 날씨인지라 물을 자주 마시는 바람에 물통에 물이 떨어져 인근 지구대(예전 파출소)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물을 얻어 마셨습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물 좀 달라고 부탁하면 누구나 호의적으로 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날은 너무 더운 나머지 지구대, 주유소와 북악산 자락 군부대 입구에서 고맙게 물을 얻어 마셨습니다.
끝간 데 없이 오르막의 연속인 북악산 스카이웨이길을 오르다 보면 산 중간 정도의 높이에 있는 역사적인 이야기가 많은 창의문을 만납니다. 커다란 문은 아니지만 그 위치가 매우 중요한 곳으로 조선시대 각종 반정과 현대의 군부 쿠데타에까지 자주 등장하는 문이지요. 창의문 앞에서 슈퍼를 하는 아저씨께서 북한의 무장남파간첩 김신조도 창의문을 넘다가 붙잡혔다고 말해주네요. 여기엔 북악산 성곽길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 산행로도 있습니다.
창의문 부근에 자전거를 묶어 주차하고 도보로 백사실 계곡을 향해 걸어갑니다. 자전거 바퀴로 가기보다 두 발로 걸어가게 하는 길이 시작되기 때문이죠. 이젠 얼굴이 귀여워 보이는 군인들이 지키는 소규모의 군부대와 집인지 절인지 모를 절집들, 주민들이 가꾸어 놓은 텃밭들을 지나다보면 어느새 우거진 숲과 나무와 흙길이 고요하게 나타납니다. 신발을 벗어 맨발로 계곡을 향해 걸어가도 될 정도로 흙이 많은 땅은 부드럽고 깨진 유리 같은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