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군. 그는 왜 완소제굴에서 열공제굴이 되었을까?
배지영
"엄마야! 나 연예인 한 번도 안 봤잖아. 근데 연예인과 함께 하는 여름캠프 간대."
태권도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이 목소리는 떨렸다. 캠프에 가면 1대 1로 연예인과 사진까지 찍는다고 말하는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런 아이 곁에서 흥 돋워주는 일은 즐거웠다. 나는 아기 낳을 날이 임박해서도,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 가서 열광하다가 조산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 기대감 때문에 쉬이 눕지 못하는 아이를 향해 "다음은 '서커스'를 부르는 MC 몽입니다" "비열한 둘리, 은초딩입니다"라고 했다. 아이는 침대에서 방 천장에 머리가 닿도록 뛰어올랐다. 흥분이 가시지 않은 아이가 "이승깁니다"하면 나는 기절해 버렸다. 보름쯤 그랬다.
그런데 아이가 난데없이 여름방학 캠프를 안 가겠다고 했다. 몇 번을 물어도 이유를 말 안 하길래 윽박질렀다. 아이는 "영어 학원 결석하는 게 싫어"라고 했다. 도저히 우리 아이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종류의 말은 아니었다. 해독 불가능한 외계어였다. 나는 아이 어깨를 흔들면서 말했다.
"넌 누구냐? 우리 완소제굴 잡아먹었지?""엄마, 나는 그대로야."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학원 다닌 경력도 같다. 학교는 그럭저럭 다녔다. 그러나 학원은 툭, 하면 빼먹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고 한다). 운동장에서 땅을 파거나 아파트 놀이터에서 잠깐 놀았을 뿐인데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정기적으로 괜히 가기 싫은 날까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