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병 선생과의 인터뷰에서 졸고있는 내모습이 포착되었다
김혜민
심지어 윤구병 선생과 인터뷰 할 때도 졸았다. 나는 원래 낯선 곳에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금방 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날은 다른 사람이 코고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셋째 날인 일요일(17일) 점심시간 직후, 잠과의 싸움은 최절정에 달했다. 점심을 먹고 우린 30분 동안 방에서 잠을 청했다. 달콤한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다시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순간은 오고야 말았다.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너무 싫었다. 도살장 끌려가는 소 마냥, 박상규 기자의 재촉을 들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차라리 어딘가 아팠으면 하고 절실히 바랐지만, 내 몸은 멀쩡했다. 건강한 것이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장면③ - 밥] "몸보신 하고 온 기분"의외로 변산공동체의 밥은 내 입에 잘 맞았다. 싱겁게 먹는 것과 잡곡을 좋아했는데, 이 곳 밥이 그랬다. 한 끼에 두 공기는 기본이었다. 오히려 밥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문제였다.
변산공동체에서는 하루에 다섯 번 먹을거리를 준다. 아침 7시30분, 오전 새참 10시, 점심 1시, 오후 새참 4시, 그리고 저녁을 6시30분에 먹는다. 일을 하다 먹는 밥과 새참은 꿀맛이었다.
밥은 항상 잡곡밥이었고, 반찬은 고사리무침·양배추쌈·배춧국과 같은 그 곳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농산물이었다. 새참으로는 고구마와 무설탕 식혜, 김치전과 어묵국을 먹었다. 유기농이기 때문인지, 배고픔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곳의 모든 음식들은 입에서 살살 녹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