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봄, 화단에 상추 씨앗 뿌리기박경내
봄동안 모종 자라는 것 지켜보던 박농사꾼은 고추모종을 추울 때 조금 이르게 심어서는 얼어버린 건지 다른 밭에 비해 도통 자라지 않는다며 속상해 하셨다. 그러다가 그 후 어느 날은 보도 듣도 못한 '깔비'로 퇴비를 하셨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시며 연신 흐뭇해 하시기도 하셨다.
하도 생소해 물어본 '깔비'란 용어는 겨우내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을 말하며 그것들이 썩어 좋은 거름이 된다고 하셨다. 실은 그 전에 어느 풍작을 이룬 할머니께 조언을 듣고는 처음 시도해 보신다는 설명도 덧붙이셨다.
날이 차차 더워지고 언젠가부터는 밭을 다녀오셔도 빈 손으로 돌아오시지 않으셨다. 그렇게 이제 수확의 시기가 돌아와 우려하던 고추농사도 이제 와서는 주위에서 "퇴비를 무얼 쓰셨길래 농사가 그렇게 잘 됐냐?"고 물어볼 만큼 주렁주렁 열렸다는 소식도 전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있자니 보지 않았어도 그 부러운 물음에 자랑스레 깔비를 썼단 대답을 하셨을 모습이 눈에 선하였다.
이번에 휴일을 맞아 가족들을 대동해 박농사꾼이 그간 애지중지해 온 많은 자식(수확물)들을 함께 보러 나섰다. 밭에서 농작물들을 설명하는 틈틈히 풀을 뽑아주고, 수확의 시기를 가늠하시며 바라보는 눈길에 애정이 그득하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사랑하는 건 바로 우리를 향한 사랑이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간 가족들이 먹을 음식이기에 농약 한 방울 뿌리지 않으며 자연퇴비를 이용해 농사를 지으셔서는 건강할 사랑을 손수 먹여주시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