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석록 국장의 차는 ’탈핵홍보판‘이다. 핵사고와 지진 등 복합재난에 대한 훈련과 실효성있는 방재대책을 요구하는 구호도 추가되어야 할 듯하다.
용석록
정부와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광역·기초자치단체가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주민 보호 대책도 미흡하지만, 그마저도 매뉴얼을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모든 주민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교육하고 홍보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용 국장 주장이다.
법으로 정한 방사능재난 대응 훈련은 주로 핵발전소와 가까운 지역주민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울산의 경우 100만 명의 시민 대다수가 방사능재난 시 통제하는 도로와 이동이 가능한 도로를 모르고 있어요. 평상시 교육과 홍보가 부족해 실제 재난이 발생하면 누구나 자동차를 가지고 도로로 나갈 거예요. 도로에서 피폭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은 뻔한 거죠.
울산공동행동과 울산시, 김종훈(당시 민중당) 국회의원이 2018년 9월 4일 '방사능방재대책 울산시민 안전토론회'를 열고 방사능방재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토론회 이후 김종훈 의원은 갑상샘 보호 약품 사후 배부이던 법 규정을 사전 배부도 가능하게 일부 개정했다. 중요한 성과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지자체는 관외 구호소 지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합재난 대응책 부재와 정보통신 두절에 대한 대비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는 '방사능 재난대비 매뉴얼'은 주민 보호를 제대로 할 수 없어요. 핵발전소 사고가 매뉴얼 대로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고 인류사회가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이 많아질 기후위기 시대, 사고 후 대비책이 없는 핵발전소는 중단해야 해요.
2023년 5월 2일 SBS는 울산 지역의 열악한 방사능 방재 인프라에 대해 보도했다. 방사능 사고 시 주민들에게 신속히 보급해야 할 방재 물품이 폭우가 내리면 물에 잠길 수 있는 배수장 창고에 임시로 쌓여 있었고, 울산 중구 주민 21만 명에게 보급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주민용 보호구는 1800여 개였고 방사능 중증도를 판단할 피폭량 측정기도 50여 개에 불과했다. 기본적인 대피로와 적절한 대피로도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부산, 경주, 울진, 영광은 방재시스템이 과연 작동하고 있을까? 지역주민들은 각자의 집이나 마을회관 등에 요오드가 상시 배치되어야 하고 방사능 대피요령을 숙지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핵발전소가 '전기공장'이 아닌 '고준위방사능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핵시설임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의문과 질문이 꼬리를 문다.
'탈핵'을 '탈핵'이라 말하자
인터뷰를 청한 12월 초, 탈핵신문 편집 기간이기도 했다. 용 국장의 홍천 작업실은 창문을 뚫고 햇살이 들이쳤다. 반려묘 나나가 툇마루에 앉아 그림자로 존재를 알리고 먹이를 주러 나가는 용 국장 뒤를 따라 마당에 나서니 틈틈이 농사지은 배추밭과 작약, 민들레, 모란 그리고 각종 허브를 심고 거둔 뜰이 아담하다. 내리꽂는 햇살과 홍천의 청정 공기에 잠시 탈핵운동의 고단함을 달랠 양인지 용 국장은 이제 막 싹을 틔우는 시금치 자랑이 한창이다. 눈과 비, 새벽바람과 깊은 밤을 담은 봄날의 시금치나물은 상상만으로도 달짝지근한 침이 고이게 한다.
툇마루에 앉아 울산에서의 활동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어쩌다 탈핵신문 편집위원장을 맡게 되었는지 물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2년 6월 창간된 탈핵신문은 2019년 미디어협동조합으로 재창간 되면서 용 국장은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탈핵신문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 활동가들이 탈핵 미디어가 필요하다는데 의기투합해 만든 신문이에요.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이후 잠시 휴간을 하고 탈핵신문의 진로를 논의할 때 저는 '탈핵'만을 다루는 미디어가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어요. '탈핵신문' 제호에 대해 다른 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탈핵'을 '탈핵'이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미디어 하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