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울산시민들은 핵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원한다.
용석록
행정안전부가 지난 1월 '극한 재난 대응 기반기술 개발'이라는 사업명으로 2017년부터 5년 동안 조사한 동남권 단층 조사 결과 고리, 월성 인근 지역에 16개의 활성단층 분절이 발견되었다. 이중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수 있는 설계 고려 단층도 5곳이 확인되었고 그 이상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분절이란 지진이 날 때 한 번에 움직이는 단층 구간을 말한다. 살아있는 활성단층은 가까운 미래에 지진 발생을 예고하는 지표를 의미한다.
한겨레신문과 MBC 보도에 따르면, 16개의 활성단층 분절 가운데 5개가 핵발전소 반경 32㎞ 안에 있으면서 길이가 1.6㎞ 넘는 설계고려단층이에요. 읍천단층은 월성핵발전소와 불과 1.8km 거리에 있어요. 설계고려단층이 월성, 고리 핵발전소 설계 시 고려되지 않았어요.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도 마찬가지예요. 활성단층 위에 핵발전소가 있으니 더욱 두렵죠.
내진성능 미달 부품 사용
공교롭게 지진이 발생한 11월 30일 국회에서 월성핵발전소에 '불량' 앵커볼트(고정 나사)가 대량 사용된 사실이 폭로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성환·민형배·양이원영 국회의원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월성핵발전소 격납건물에 매입된 수천 개의 CIP(Cast-in-Placed) 앵커볼트가 내진성능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공익 신고자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등 사업자와 규제기관의 관련 자료를 발표했다.
CIP 앵커볼트는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미리 설치하여 콘크리트에 매입하는 앵커볼트다. 격납건물 안에 설치하는 핵반응로, 증기발생기, 냉각 펌프, 냉각수 배관, 각종 측정기기 등 안전 등급 설비들을 CIP 앵커볼트에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안전 등급 설비들을 단단히 고정하는 격납건물의 CIP 앵커볼트는 최고 수준의 지진 충격에 견디는 내진성능을 갖춰야 한다.
김성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월성핵발전소 3호기 격납건물에 CIP 앵커볼트를 사용한 353개소 고정 부위 중 21개소만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보통 고정 부위 1개소에 CIP 앵커볼트가 2~8개 사용되니 월성핵발전소 1~4호기 격납건물을 통틀어 사용된 비내진 CIP 앵커볼트는 총 4천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활성단층으로 지진 위험이 가장 큰 월성핵발전소의 지진 대비가 가장 부실하다는 증거다.
핵발전소 안전 관리 종사자인 제보자는 수년간 앵커볼트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사업자인 한수원과 규제기관 원안위 등은 "원자로를 설계한 캐나다 규제당국에 문의해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라는 것을 근거로 시정조치 하지 않았다. 기준에 미달된 부분을 발견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원자력안전법 위반이다.
격납건물은 원자로가 폭발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차폐하는 '최후의 방호벽'이다.
문제는 핵발전소 안전이 시스템에 의해 검증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 제보자에 의해 우연히, 사후에 마지못해 알려지는 허술한 시스템이다. 수백만 명의 목숨이, 대한민국의 존망이 그리고 지구촌의 안위가 달린 핵발전소 운영이 이리 허술해도 되는 걸까?
길천마을, 골매마을, 신리마을 사람들
충격이었어요. 핵발전소와 마을이 이렇게 가까워도 되는지? 핵발전소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을이 있더라고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어요.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나고 그해 6월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출범한다. 용 국장은 울산에 살면서도 후쿠시마 사고가 나기 전에는 울산을 끼고 이렇게 많은 핵시설이 있다는 걸 몰랐다. 2013년 지역 언론사에서 일하면서 핵발전소 지역을 자주 찾아갔다.
핵발전소와 함께 살아가는 마을을 찾고 주민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그런데 기자라고 하면 표정도 달라지고 입도 닫더라고요. 그동안 기자나 외부인들에게 말해봤자 자기들 생각대로 쓰고, 보도한 경험이 많았는지 기자는 다 사기꾼 취급이고, 외부인에 대한 경계도 심했어요.
그래도 꾸준히 찾아가 인사도 하면서 얼굴이 익자 마을 사람들은 말을 걸며 커피도 내주기도 했다. 부산 기장군 길천마을과 울산 울주군 골매마을을 자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