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주 강변에서 돌을 쌓아 만드는 거리의 예술가
김연순
강변의 둑에 앉아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흔들해 보았다. 바람이 더 가까이 느껴진다. 눈을 떠보니 앞에는 대서양이 펼쳐져 있다.
문득 십여 년 전 생각이 났다. 큰 아이와 둘이서 쿠바의 아바나를 여행한 적이 있다. 5월이어도 한낮에 거리를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찌는 듯한 더위였다. 숙소에 들어가 쉬다가 해 질 무렵이면 밖으로 나왔다. 어슬렁거리며 동네를 걷다가 말레꼰의 강가에 이르렀다. 길게 뻗은 강변으로 둑이 있고 그 둑 위로 사람들이 곳곳에 앉아 있었다. 아기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가족으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있다.
십여 년 전이어서 그런지 여행하는 내내 한국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쿠바의 청년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쿠바에 대한 궁금증을 그에게 쏟아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집집마다 TV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으니 저녁이면 사람들이 골목으로, 강가로 나온다고 한다.
강가에 나와 웃고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데, 경제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정서적으로는 풍요로워 보였다. 나란히 강가에 앉아 있는 동양인 둘이 신기했는지 열두어 살 된 아이들이 다가왔다. 어디서 왔는지 묻더니 코레아, 아는 나라라고 반가워한다. 가족들까지 소개해 주어 인사를 나누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따뜻하고 정겨운 환대로 느꼈다. 헤어지며 가지고 있던 부채 두 개를 주었더니 아이들이 좋아하며 서로 갖겠다고 난리다. 장난치는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다. 여행 마치고 돌아와서도 쿠바 하면 떠오르는 따뜻한 장면이었다.
테주 강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는데 문득 아바나의 말레꼰이 떠올랐다. 그 당시의 정겨움이 다시 되살아온다. 생각해 보니 상당히 떨어진 서로 먼 지역이지만 아바나의 말레꼰도, 리스보아의 테주 강도 대서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지도상으로는 다른 대륙이지만 강으로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자연도 사람도 이렇게 연결되어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마음 한편에 뭔가 찡한 울림이 지나간다.
카몽이스 광장, 아주다 궁정에 트램을 타고 다녔다. 아줄레주 박물관까지 둘러보고 저녁이 되어 다시 트램을 타고 타임아웃 마켓으로 갔다. 타임아웃 마켓은 매우 깔끔했고 무엇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많았다. 식사도 커피도 술도 마실 수 있는 공간들이 즐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