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박물관 내부. 파두의 배경이 되는 그림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
김연순
박물관 한편에는 '파두의 왕'으로 불리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와 그의 동생 셀레스트 로드리게스의 삶을 읽을 수 있는 특별공간이 있다. 특히 셀레스트 로드리게스는 20세기 들어 파두의 부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인데 무려 50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다가 2018년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적절히 어두운 조명아래 고요한 그 공간에 가만히 서 있으니 그에 대한 리스본 시민들의 자부심과 존경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리스보아(리스본은 영어식 표기, 포르투갈어로는 '리스보아'라고 부른다.)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파두박물관을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시아두 광장을 지나게 되었다. 1905년에 만들어진 카페 '브라질리아'가 보였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씩 주문했다. 바로 옆 작은 광장에서는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길거리 공연이 펼치지고 있다. 둘러싼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 손뼉 치며 열광한다. 춤과 노래에는 '젬병'인 나까지도 열렬히 박수를 치게 된다.
다음날 오전 10시쯤 숙소에서 나와 28번 트램을 타러 갔다. 가는 길에 200년 된 빵집에 들르기로 했다. 남편이 구글지도를 보며 안내했다. 그동안 대체로 내가 지도를 보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날따라 지겹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다. 게다가 지도에 집중하다 보면 거리 구경을 제대로 못한다. 이번 여행 전반의 기획과 일정은 남편이 짜고 나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묻어가는 전략이었다. 다만 지도 보는 걸 재미있어하는 내가 현지에서의 안내 역할을 해왔던 거다.
이날은 남편이 지도를 보고 안내하기로 했고, 나는 그런 남편을 믿고 따라갔다. 그저 거리를 둘러보며 넋 놓고 다니니 마음이 편안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부작용은 곧 나타났다. 남편의 안내에 따라 푸니쿨라 타고 200년 된 빵집에 가기로 했는데 가도 가도 내릴 정류장이 안 보인다. 잘못 탄 거다. 어쩔 수 없이 언덕 어디쯤에선가 내렸다. 한참 동안을, 그것도 발목 부러진 후유증 있는 사람에게는 쥐약인 계단을 아주 오래도록 걸어 내려왔다. 남편을 향한 눈이 절로 도끼눈이 된다.
돌아 돌아 간신히 찾아온 '콘페테이라 내쇼날'은 피게이라 광장 앞에 있다. 1826년에 개장한 빵집이다. 빵 굽는 향이 가득했다. 부드럽고 바삭해 보이는 페스츄리와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했다. 200년이나 된 전통 있는 빵집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분위기에 흠뻑 젖은 채 빵을 집어드는 순간, 발 밑으로 비둘기들이 몰려온다. 바닥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들을 주워 먹으려는 거다.
그런데 비둘기가 한두 마리가 아니다. 사람 반, 비둘기 반일 정도로 많다. 햇빛을 좋아해 야외 테이블을 선호하는 문화이다 보니 카페든 식당이든 발아래로는 비둘기들이 흔하다. 새들 무서워하는 나는 발을 들고 이리저리 피했다. 빵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 그 맛있는 빵을 대충 먹고 서둘러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