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카 곶 기념탑 앞에서 함께
김연순
여행을 다니다 보면 서로 찍어주기는 하는데 함께 찍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해보니 그랬다. 여행기간 내내 둘이 찍은 사진은 거의 다 셀카다. 내 팔도 그렇지만 남편의 길지도 않은 팔 뻗어봤자라 얼굴이 크게 나온 사진 밖에 없다. 대부분은 남편 얼굴이 크게 나온다. 그들의 손을 빌려 기념탑을 배경으로 멀찌감치 찍어 보았다. 찍어준 사진을 보니 흡족하다. 아주 마음에 든다.
우리에게 부부냐고 묻더니, 너무나 부럽다고 한다. 자기들도 나중에 결혼하면 이렇게 살고 싶단다. 심지어 롤 모델이란다. 헉, 너네들도 살아 봐라, 속으로 말했다.
리스보아에서의 마지막 날, 스테인드글라스 벽걸이와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한 책 등 몇 개의 기념품을 샀다. 이제 포르투갈을 떠나 모로코로 간다. 모로코라는 나라 자체가 낯설 뿐더러 아프리카 대륙에 발을 딛기는 처음이다.
애초에 여행 계획을 세울 땐, 스페인과 포르투갈만 가는 것으로 계획했다가 나중에 모로코를 추가했다. 모로코는 남편이 간절히 원했다. 전생에 자기는 황량한 사막에서 모래 바람맞으며 살았을 거라며 '모로코의 붉은 모래'가 자꾸 떠오른단다. 뭐라는 거야 싶었지만 아프리카 대륙을 가본다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발동해 나도 좋다고 했다.
아프리카 대륙은 처음
리스보아에서 마라케시까지는 이지젯 비행기를 탔다. 어쩌다 보니 저녁에 출발하는 비행기였고 마라케시까지는 약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도착 안내 방송이 나오길래 아래를 보니 불빛 가득한 도시가 보인다. 모로코의 수도 마라케시다. 마음이 콩당콩당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