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묘 제단의 모습베트남 제단은 우리와 달리 화려한 꽃, 열대과일, 초콜릿, 과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상에 올려져 있다.
운민
더운 나라의 특성상 건물 지붕이 낮고 건물 전체를 덮고 있었으며 지붕을 장식하는 조각이 화려했다. 하지만 내부는 중국과 흡사했다. 하지만 제단에 바나나, 리치 등의 열대과일과 초콜릿 등이 올려져 있어 제사상은 우리보다 진보적이라 할 수 있겠다.
지하 벙커의 싸늘한 냉기
문묘에서 골목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간다면 레닌 공원이 나오는데 이 주변으로 군대와 경찰의 경비가 삼엄해져 비로소 사회주의 국가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중국, 북한, 싱가포르 등 많은 국가의 대사관이 몰려있고, 머지않은 곳에 국회의사당, 국방부 등 국가의 핵심시설이 몰려있다. 바로 이 구역에 베트남의 옛 황성이 자리해 있다.
1802년 응우옌 왕조가 수도를 후에로 옮기기 전까지 700년 동안 베트남의 황도가 되었던 이 황성은 프랑스군 사령부로 쓰이기 시작했고, 정문인 도안문과 깃발탑, 북문 등 몇 개의 건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터와 식민지 시기의 건물만 남아있다. 우리의 경복궁은 일제의 잔재를 걷어내고 수십 년에 걸쳐 복원이 이뤄지는데 반해 터만 남은 옛 궁터는 안타깝고 씁쓸함만 전해주는 듯했다.
그마저도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들어가기 수월치 않았다 한다. 늠름한 자태의 도안 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가면 무성한 잡초와 기단부 그리고 방치된 서양식 건물들이 별거를 앞둔 부부처럼 어울리지 않은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