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2021년 7월 1일 경축 행사가 펼쳐진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의 모습.
연합뉴스
중국 처세술 책 <증광현문>에는 "현재는 반드시 과거를 거울로 삼아야 하고, 과거가 없었다면 현재는 결코 없다(觀今宜鑒古, 無古不成今)"는 글귀가 있다.
그러니까 중국인은 현재는 과거와 반드시 연결돼 있고, 과거가 변해서 현재가 있는 것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현재란 있을 수 없다고 사고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 '신(新)'이란 갑자기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상태와 비교해 점진적으로 좋게 변한 것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중국인은 역사적으로 외래 사상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독특했다. 중국인은 필요에 의해서 새로운 외래 사상을 쉽게 수용한다. 하지만 그렇게 수용된 외래 사상은 외래 사상 본래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리게 된다.
왜냐면 중국은 그동안 중국 사회를 주도했던 중국 전통 사상에 새로 받아들인 외래 사상을 접목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외래 사상에서 필요한 부분만 받아들이지, 외래 사상을 100% 받아들여 자신들의 사회를 송두리째 바꾸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외래사상 도입의 역사
중국은 다른 나라 어떤 사상이든 중국 사상이라는 저수지에 모두 담는다. 그러고 나서 다른 나라 사상을 중국적 전통 기반에서 재해석해 중국에 알맞게 변용한다.
당나라 시대 인도에서 받아들인 불교는 중국에서 재해석돼 중국식 '선 불교'로 변했다. 원래 인도 불교는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종교였다. 하지만 이런 불교를 받아들인 중국은 중국 사상인 도교의 명상 개념을 도입해 참선을 통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고쳤다.
그래서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깨달음에 이른다는 인도 불교는 한순간에 문득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돈오' '불립문자' 종교로 바뀌었다. 또 중국 불교는 인도 불교 석가모니가 말하지도 않은 '지옥 사상'을 불교에 도입하기까지 했다.
송나라 시대 주자학(유교)은 공자의 유학 사상을 기초로 하고 여기에 불교와 도가 사상을 덧붙여, 이기론(理氣論) 사상을 기초로 하는 새로운 '신유학'을 만들었다.
주자학의 중심이 되는 이기론(理氣論)에서 이(理)는 불교의 화엄철학에서 빌려 온 이론이고, 기(氣)도 이전까지의 유학에서는 없던 개념으로 중국에서는 도가 사상에서 빌려 온 이론이라고 한다.
그래서 1900년대 초반 중국 최고 학자인 양계초는 '주자학이란 표면은 유교이지만 속은 불교'라고까지 말했다. 중국 사전에서도 이학(한국 주자학)을 '유학 학설이 중심이 되고 여기에 불교와 도가 이론이 같이 융합된 사상'이라고 설명한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은 공산주의 사상을 국가 이념으로 채택한다. 하지만 마오쩌둥은 '중국은 자본주의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1947)'면서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 열정과 미국 자본주의 실용 정신을 결합해야 한다(1959)고 했다.